캐나다 중부도시 위니펙 남자 중고등학생 옷차림 이야기
10월 중순이다.
한국처럼 일교차가 크고, 주교차도 크다. 지난주에 20도 안팎을 향하다가, 어떨때는 30도 가까이 올라오기도 했다가 이번주에는 8도 안팎을 왔다 갔다 한다. 처음 위니펙에 왔을 10여년 전보다도 연평균 기온이 전반적으로 올라온 것 같다. 어떨 때는 이쯤에서 첫 눈이 오기도 하는 것이 정상 같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왠만해서 춥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지구 온난화에 의도치 않은 혜택을 받고있는 주 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한국에서 중,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항상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었다. 그렇다보니 이 곳 캐나다에서 중고등학생을 키우며, 자연스레 십대 아이들의 옷차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별도로 가져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했다.
이 곳에는 교복을 입는 중고등학생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국공립학교만 아니라, 사립 초,중,고등학교도 아이들의 자율성과 주체성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도로 교복이 없다. 캐나다 모든 주가 그런 것은 아니고, 캐나다 내 대부분의 주에 살아본 결과, 위니펙이 유난히 이런 부분들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특정 주가 갖는 민족성에 지친 이 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특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 받고자 이 곳으로 이주하는 케이스도 많다. 그런 부분에서는 만족한다.
그렇다면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남자아이들이 10월 중순에 무슨 옷을 입고 학교에 갈까? 후디와 반팔 티셔츠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름이 지났는데, 반팔은 심하지 않냐는 나의 말에 재간둥이 둘째 아들은,
"맘, 아임 캐네디안" 이라며 웃는다.
그래, 영하나 영상 3도는 괜찮은 기온이라 반팔을 입는 아저씨나 틴에이저, 배꼽티의 처녀애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약간 더 보수적인 큰아들은 반팔위에 후디를 입는다. 이 후디라는 것이 상당히 요긴하게 쓰인다. 보온에 대한 개념이 생기는 캐나다인데, 몸통과 머리가 따뜻하면 다리는 별로 상관이 없음을 알게된다. 아주 추운날도 외투 안에 후디 하나 입고 그 안에 반팔티셔츠 하나 입으면 보온과 위생을 동시에 단계적으로 챙길 수 있어, 후드티는 남자 중고등학생들 사이 잇템이다. 외모에 한창 신경쓰는 여학생들은 후디에 몸을 넣고 다니는 것에는 관심을 없을테지만 조금만 남자애들 옷차림으로 눈을 돌린다면 내 딸에게도 실용적인 옷차림을 소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애들은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는다. 고등학교는 시간표를 스스로 짜게 되는데, 어떤 학과목이든 일단 한번 시간표안에 편입된 과목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지정된 시간 안에 매일 듣게 된다. 아들의 경우, 1교시에 체육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한 학기 내내 1교시는 체육시간인거다. 과목의 중요도가 없고, 모든 과목이 공평하게 한 교시씩 배정되며, 일주일 내내 그러니까 5시간/1주일 듣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별로 일찍나가는 편도 아닌데, 학교에 도착해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보다는 체육복을 수업후에 일반복으로 갈아입기로 자체적으로 ㄱㅖ획해ㅆ단다. (갈아입으라고 일반복을 따로 챙겨주는데, 체육복 채로 집에 오는걸보면, 강제성이 없는 듯하다.) 강제하지 않음은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는 뜻이 아니라, 네 스스로 옳은 복장을 챙겨입을 것이라 믿는다는 뜻이니,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로 수업에 아무렇지도 않게 참여하기 보다 상황에 맞는 복장에 대해 가르치고, 체육시간 전 후에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갖으라고 말하지만, 돌아오는 건 '알았어' 라는 무신경한 대답뿐.
내 자식에게도 말하지만, 트레이닝 복 채로 학교를 오가는 것 별로 보기 좋지 않다.
사춘기아들과 웬만해서는 싸움을 아끼려 도를 닦는다. 속이 터질것 같아도 이런 부적인 문제로 싸움의 기회를 소진하다간 정작 중요한 문제로 싸움도 마지않아야 할때 그나마 어린시절부터 쌓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애정도 레벨이 닳아버리면 속수무책일 수 있기에 웬만해서는 얼굴을 구기고 애랑 싸움질하지 않으려 한다. 도무지 먹힐 주문이 아닌것을 인정하고 츄리닝 테가 별로 나지 않는 검정색과 곤색의 신축성좋은 멋내기용바지 몇 벌을 지난 주말 사와 아이에게 건냈다. 다행히 옷차림에 까다로운 아이가 아니라 넙죽 받아들더니, 오늘 아침 입고 가더라. 새 바지에 다리를 넣고 번쩍 번쩍 걷는 170cm 전후로 커진 만 14세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내 얼굴에 실실 웃음이 퍼졌다.
큰 아들의 성향에 맞추어 나름대로 품위를 갖추는 동시에 편의성도 갖출 수 있는 복장을 챙겨주는 엄마로, 짐승같은 날감정을 물자로 치환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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