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브런치 큐레이션 주제 '가족'
<만남> 김상아,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엄마, 나는 우리 개 주인이야.
너, 주인이 뭔지 알아?
응, 안아주는 사람이지.
엄마, 엄마는 내 주인이야.
왜?
나를 매일 안아주잖아.
<이별> 김금장화, '안녕, 아빠'
여덟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사랑하는 아빠의 이름 위로 덮어두었던 흰 천을 거두었다. 아프더라도 아빠의 죽음을 마주하고, 온전히 기억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에게 아빠의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나의 세상에 이토록 귀한 사람이 있었다고, 너무 아프게 떠났지만 나는 그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혹여나 나처럼 이별을 외면하며 혼자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용기가 조금이라도 닿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찾고 있다. 사랑하는 이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아마도 평생을 부표도 없이 헤맨다 해도 찾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온전히 이별하는 방법을.
<자식> 임희정,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임동명과 조순덕의 딸이다.' 나는 이 한 줄 소개가 제일 좋다. 이 문장은 사려깊은 편집자가 챙겨준 문장이었다. 그렇다. 내 책은 모자란 내가 깊은 마음을 가진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나는 쓰며 글 앞에서 매번 나의 미약함을 확인했다. 겨우 자식, 미미한 작가, 미력한 나였지만, 나는 그 '겨우' 를 사랑하기로 했다. 대충이 아닌 애써 얻은 '겨우' 였으니까.
<부모> 이유미, '키우지 않고 함께 자란다'
그날도 아들에게 "아빠가 깊이 잠들었네. 우리 먼저 올라가자."라고 말하고 아들과 차에서 내렸다. 이미 밤 12시가 넘어서 얼른 아이를 씻겨 침대에 눕혔다. 늘 그렇듯 팔베개를 해주고 둘이 꼭 껴안은 채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한 5분쯤 지났을까? 품에 안겨있던 아들이 조용히 말했다.
"엄마, 아빠가 걱정돼."
설핏 잠들었던 나는 아이의 말에 잠이 확 달아났다. 걱... 걱정?! 걱정이란 말을 쓰다니. 놀란 가슴 진정하고 아이에게 물었다. "그럼 아빠 데리러 갈까?" 아이는 고개를 세차가 끄덕였다.
내 아이가 똑똑해서, 지극히 감성적이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나는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훌륭하다는 것의 기준도 잘 모르겠다. 아이는 그냥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때론 나보다 커 보인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우린 함께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