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큐레이션 주제 '사랑'
커피를 못 마시던 사람이 커피를 잘 마시게 되는 일련의 순서가 있다. 먼저 커피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우유 같은 커피맛 음료를 먹는다. 그러다 차츰 커피스러운 커피들로 넘어간다. 믹스 커피, 프라푸치노, 모카, 마끼아또, 바닐라라떼, 그냥 라떼. 최종 목적지는 물론 아메리카노이다.
여전히 쉽진 않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그저 불행하기만 한 삶은 없다.
상처들은 그냥 나와 같이 살고 있었다. 약간의 아픔을 감내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름 부르면 부루퉁한 얼굴을 내미는 상처들을 껴안고 지금껏 살아왔던 거였다. 나는 상처투성이 존재였구나. 새삼 깨닫는다.
나를 그냥 두기로 했다. 상처투성이인 채로, 상처들과 그냥 같이 살아갈 생각을 했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툭 놓아버리자 어쩐지 유쾌해졌다.
가슴에 무늬를 새기기 위해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무늬 하나를 새기고 싶다.
세월이 흘러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쓰는 동안은 다른 세상을 사는 듯 즐겁다. 또한 성장하는 기쁨도 느낀다. '글을 쓰는 것은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아.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고 자꾸 들여다보고 말을 걸어야 해.' 스승님의 말씀에 과연 성찰하며 글을 쓰고 있는지 나에게 묻는다.
작가를 '文人' 이라고 한다. 가슴에 먹으로 무늬를 새겨 넣은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가 '이다. 먹물이 채 마르지 않은 촉촉한 글을 안고 사는 사람. 나는 이 말이 참 아름답다. 가슴에 무늬를 새기기 위해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무늬 하나를 새기고 싶다.
행복한 사람은 과거가 없고, 불행한 사람은 과거만 있다고 한다. 내가 살아갈 날들은 알 수 없지만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으련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