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이 길다

2025년 8월 27일

by Hong Sukwoo

병원에 다시 가기까지, 남은 시간이 길다.


8월 6일 이후 몇 주간, 최초 진료하고 검진받은 동네 내과와 종합병원 두 곳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집에서 좀 더 가깝고, 더 빠르게 입원할 수 있는 병원에 입원하여 조직 검사를 받기로 하였다. 다만, 어떤 변수들이 있을지 몰라 더 가까운 종합 병원에도 초진 예약을 해두었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여전히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대형 병원의 정체 상태는 지속 중이다. 우리 역시 검진 후 몇 주나 걸리는 입원 대기를 보았을 때, 이러한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을까.


25년 8월, 아버지 진료 기록을 정리해 보았다.


8월 6일 (수)

약 2주간 5kg 정도의 이상 체중 감소, 아랫배 복통과 거북함으로 인한 불면 증세, 소화 불량 등이 심각하여 에스메디센터에서 위내시경과 복부 CT를 촬영했다. 췌장 몸통과 꼬리에 종양이 보였다. 췌장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진료 의뢰서를 받아 큰 병원에 가기로 했다.


8월 13일 (수)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삼성서울병원 췌장담도암센터에서 첫 진료. MRI 촬영과 혈액 검사를 했다. 복부 CT만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으나 의심 소견에 변동은 없었다. 종양은 췌장 몸통과 꼬리에 걸쳐 있고, 복강동맥 (췌장 근처에서 위 · 간 · 췌장 등에 피를 보내는 혈관)과 상장간막정맥 (소장에 흡수된 피를 배출하는 혈관) 같은 주요 혈관을 이미 감싸고 있다고 했다.


8월 20일 (수)

같은 병원에서 재진을 받았다. 재진은 MRI 촬영 판독으로 좀 더 세밀하게 의사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이후 조처를 위함이었다. CA19-9 종양 표지자, tumor marker 수치는 264로 정상 상한인 37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 MRI 영상에도 수술은 불가하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췌장암 3기 이상. 조직검사로 확진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 지난 방문 때 입원계를 냈기 때문에 입원 일정은 그나마 빨라진 9월 3일 (수)로 잡혔다. 다만 아버지의 복부 통증이 좀 더 심해졌기 때문에 진통제 강도를 올리고, 수면제도 함께 처방받았다.


다만 삼성서울병원은 집에서 너무 멀다. 아침 진료 시간을 맞추려면 한 시간 이상은 기본에 막히면 한 시간 반도 넘게 걸렸다. 장기 치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가는 길 자체가 아버지 체력에 부담이었고 멀쩡한 나와 엄마 또한 지치는 여정이었다. 추가로 예약을 잡았던 세브란스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기로 했다. 원무과에서 의무기록지 사본을 출력하고, MRI CD도 받았다.


일주일 전과 달리, 뭉게구름이 선명한 하늘 곳곳을 뒤덮었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압구정동에 꽤 사셨음에도 지금의 도산공원을 모른다.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여 뭔가 맛있는 걸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부모님을 모시고 내가 좋아하는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 갔다. 얼마간 공사 후 재단장을 마쳤는지 1층이 제법 많이 바뀌었다. 좋아하던 메뉴가 하나 사라졌지만, 담백해 보이는 퓨전 한식 같은 메뉴가 남았다. 메뉴판을 가져다준 직원분께 아버지 당뇨 상태를 설명하고, 연어구이 도시락을 시켰다. 친절한 직원분이 요라시님과 상의하여 데리야키 소스와 양념 등을 빼주셨다. 정말로 오랜만에 아빠는 밥을 뚝딱 비웠다. 바로 앞의 '하우스 도산'에 가서 차량용 방향제와 부모님에게 드릴 림밥과 핸드크림 같은 것도 괜히 샀다. 요즘은 병원에 같이 가면 사진을 최대한 많이 찍고, 종종 영상도 찍어둔다. 이날의, 이 기억은 좋았다.


8월 22일 (금)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소화기내과) 진료. 온전히 내 시각에서 기존 병원과 다른 점은 먼저 오가는 거리가 반 이상 줄었고, 환자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병원 시설은 조금 오래되어 보이긴 했으나 대기 시간도 조금 줄었다. 여러 자료를 챙겨 갔으나, 당일에 해야 할 추가 검사들이 있어 아버지는 피를 뽑고, 복부와 흉부 CT를 다시 찍었다. 당일 촬영이라 대기 시간이 길었다. 아침 식사 이후 금식 시각을 지켜야 해서 피로도도 더 높았을 것이다.


입원과 검사 일정을 보고 더 빠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세브란스에서 하기로 가족회의를 거쳐 정했다. 8월 31일 (일) 입원, 9월 1일 (월) 조직검사, 9월 2일 (화) 퇴원 일정이다. 아마도 입원한 사이에 새로 찍은 CT 검사의 결과를 들을 텐데, 흉부 CT까지 찍은 것은 MRI로 알 수 없는 종양의 전이 상태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9월 9일 (화)에는 결과 설명, 9월 26일 (금)에는 PET-CT로 전이 여부 확인. PET-CT는 '양전자 방출 컴퓨터 단층 촬영'인데, 알아보니 암이 혹시 몸 다른 데로 번지지 않았는지 찾아내는 전신 검사라고 했다. CT로는 ‘모양’을 보고, PET으로는 ‘암세포 활동’을 보기 때문에, 둘을 합치면 암의 위치와 퍼진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검사였다.


아버지는 8월 초와 비교하여 통증의 정보가 조금 심해졌다. 진통제는 타진서방정과 아이알코돈으로 바뀌었다. 의사 선생님과 15분가량 대화했다. 우리가 궁금한 점에 관해 꽤 명료하게 알려 주셔서 믿음이 갔다. 지금은 혈당보다 체력이 더 중요하고, 이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당뇨약을 함께 먹고 있으니 '당뇨식'에 집착하지 말고, 고기와 먹고 싶은 음식을 더 드시라고 했다.


스튜디오 근처의 설렁탕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사람이 하나도 없긴 했지만 점심은 이미 지난 시각이었다. 김치는 쉬었고, 설렁탕과 도가니탕과 김치전까지 음식은 전반적으로 맛이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날 만큼 덥긴 했지만, 빈속을 채우기 위하여 먹었다. 이따금 이런 식으로 '외식'을 할 텐데, 가능한 맛있는 음식을 부모님과 먹고 싶다. 이런 것도 좀 더 찾아놔야 하는구나.


8월 27일 (수)

아버지 통증이 더 심해졌다. 처음 진단받은 8월 초와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다. 오늘 새벽의 통증은 8~9점 정도로, 평소 자신을 누르고 참는 데 익숙한 아버지가 '죽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아이알코돈은 효과가 없다고 했다. 새벽에는 타이레놀과 수면제까지 먹고 겨우 조금 잠을 취했다. 남은 뉴케어를 조금씩 한 병 마시고, 곤히 자는 엄마를 깨우지 않고 버텼다. 밥을 조금만 먹어도 30분 안에 통증이 찾아온다고 했다. 식사는 몇 숟갈이 고작이었다. 몇 주 전과 비교해도 아버지 목소리는 기운이 없는 게 느껴진다.


오전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일단 세브란스병원에 연락하였으나, 외래 진료과에 바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상담원분은 동네 내과에서 기존 처방 약을 보여주고 더 강한 진통제를 처방받으라고 했다. 영양제도 다시 맞기로 했다. 문제는 복부 통증과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하여 체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라, 이런저런 음식을 조금씩이라도 드시도록 엄마와 가족이 노력은 하는데, 쉽지가 않다.


엄마 역시 여름 이후 6kg 정도가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좀 놀랐다. 평소라면 — 매형 일부터 아빠까지 걱정할 게 많고, 여름이라 그럴 수 있겠거니, 살은 더 빼는 게 건강에 좋으니까, 하며 — 넘겼겠지만, 내일 혈액 검사를 받고, 수면 내시경도 받아보자고 하였다.


요즘 가끔 다른 주제의 글을 쓰려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실행이 참 쉽지 않다. 가족은 모두 어느 정도 내려앉은 기분으로 여름을 난다. 공유하기 어려운 마음이 아무래도 늘어난다. 기대에서 오는 상처를 피하려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라앉고, 침울해지는 기분이 점령하도록 두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거나,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기 위한 마음 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Seoul, S. Korea

Sat, July 26, 2025


(아무것도 모를 때의) 산책

Photographed by SIGMA 시그마 BF

Wed, August 20 — Fri, August 22, 2025


이날도 하늘은 예뻤다.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



약국은 이전 병원보다 조금 더 가깝다. 복용 설명도 조금 더 자세했다.

하우스 도산 (Haus Dosan)

진료를 받은 후에도 하라는 게 많고, 또 미로처럼 헷갈리게 되어 있는 데다, 챗지피티 (ChatGPT)에 진료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서, 시간이 나면 틈틈이 적어두었다.


'Mom'


'Father'



Photographed by Ricoh 리코 GR IIIx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