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1: 이번 메시 골 지렸다. ㅇㅈ? ㅇ ㅇㅈ! 동의? 어 보감! 용비? 어천가!!
남2: 와~오지네, ㅇㄱㄹㅇ ㅂㅂㅂㄱ, 빼박캔트 챔스 우승각인 부분!
함께 축구를 보며 나누는 남학생들의 대화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수 있으신가요? 이것은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유행하는 ‘급식체’라는 문자체입니다. 이 급식체는 다양한 형태의 언어유희로 재생산되면서 매우 빠르게진화발전되고 있기 때문에 또래집단에서도 매일 새로운 급식체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한 TV프로그램인 SNL에서도 ‘급식체특강’이라는 코너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유머러스하게 풍자하고 있는 만큼 10대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회현상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문장은 거기에 쓰이는 언어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평소에쓰이지 않는 말이나 동료들끼리만 통하는 표현은 배가 암초를 피하는 것처럼 피해야 한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장군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에서도 강조되고있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소속원들의 동질감을 형성하는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같은 말을 쓴다는 것은 같은 역사와 같은 문화 양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로해석될 수 있으며, 같은 말을 사용하는 집단을 기준으로 사회적 단위와 국가가 구별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로 한글을 중심으로 한 소속감은 그 어떤 언어보다도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계층에서배타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는 같은 사회구성원일지라도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 소통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언어파괴를 통한 소통의 단절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90년 중반부터 시작된 PC통신 시절의 온라인 대화 또한 현재의 급식체와 그 형태와 현상이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적 기준에 의해 나누어진 세대의 틀을 자신들만의 문화적 기준(함께PC통신을 한다는 기준, 함께 급식을 먹는다는 기준)으로 재설정하고, 그 안에서의 새로운 소속감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큰역할을 한 것이 바로 새로운 언어, 보다 엄밀히 말하면 특정한 기준에 의해 파괴된 언어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특정계층에서 통용되는 언어사용에는 부정적인 의견을갖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한글이 파괴된다는 역사적 관점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세대간의 혹은 소속집단간의기본적인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우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급식체를 즐겨 쓰는 10대들은 대부분 사춘기를 겪을 시기이기 때문에 당장의 재미와 농담을 위해 타 계층간의 진지한 대화나 본인 성장에대한 깊은 고민들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는 또래집단만큼 부모님이나 선배들간의 미래지향적인대화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급식체’라는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쳐놓고 스스로를 고립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급식체를 즐겨 사용하는 그룹은 10대 학생들 중 극히 일부일 것입니다.하지만 ‘급식충‘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10대 학생들을 일반화하여 급식체를 쓰지 않는 친구들마저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인의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다른 의미에서 세대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겠죠. 이미중2병이라는 현상으로 중학생은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관심과 대화가 필요한 바로 그 시기에 말이죠.
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다양한 세대들은 함께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서로에게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받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급식체’라는 일시적인 사회현상이 인생에서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을 고립되지 않게 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