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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살아 숨 쉬는 곳

by Bin Lee






겨울 추위에 몸서리치는 바다의 파도가 그립고, 푸른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그립다.

산과 개울, 다리를 건너 비틀비틀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파란 지붕을 이고 있는 할머니 댁이 보인다.

자갈이 깔린 돌길 사이로 작은 부스러기를 들쳐 매고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개미군단이 지나간다.

주홍빛으로 주렁주렁 익은 감나무의 대봉감들은 햇살처럼 빛나고, 때깔 좋게 익어 먹음직스럽다.

계절도 잊은 채 밤새 우는 불청객들은 어느새 추억을 불러오는 음악이 된다.

포근한 이불, 노란빛 아이보리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 그리고 정겨운 냄새.





“일어나, 아침이야.”





부스럭거리며 음식을 만드는 주방 너머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반짝이는 장독대 옆에 누워 햇살을 만끽하는 고양이.

붉은 정사각형 나무 탁자 위에 할머니 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나물과 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인다. 흰 쌀밥과 보기 좋게 찐 생선들이 입속에서 맴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기며, 그리움 가득한 할머니의 눈빛을 뒤로하고 우리는 따뜻한 포옹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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