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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리 Sep 10. 2024

불씨

빛과 어둠


music / why am I like this
by Orla Gartland




길을 걷다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를 짚었다.


'불씨'


'나'라는 사람을 지칭하기에 딱 좋은 단어였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지만 사실 그 외의 일들에 신경 쓰기에 바빠 잊어버리는 날이 일쑤였다.

(사실은 끈기 없는 나의 거짓된 변명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현대 사회 속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나름대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끝내 내가 나를 지칭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단어는 불씨였다. 휘몰아치며 타오르고, 아무 일 없듯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끈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쉽지 않았기에 그런 단어로 밖에 날 지칭할 수 없었다.


불씨 같은 나를 바라볼 때면 마음이 안 좋았다.

물을 머금은 장작에 던진 성냥이 제 역할을 못하고 힘없이 꺼져버리듯,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고 무기력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다 마른 장작에서 피어나는 불씨로 바람을 가득 넣어주는 것을 찾고 싶었다.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 있고, 그림, 정리, 쇼핑, 영화, 가족 또는 친구를 만나는 일.


또 다른 불씨들이 밝게 타오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끈기 없는 나로부터 얻은 무기력, 무기력으로 얻은 활력소의 이유.


오늘은 나에게 칭찬을 남긴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무기력이 찾아와 일어설 힘이 없을 때, 나의 불씨를 지펴줄 무언가가 항상 곁에 있음을 기억하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불씨가 머지않아 활활 타오르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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