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갈 것 같지 않은 여름이지만 시간이 흐르는 건 싫어
요즘은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어느 자리에서나 좋아하는 계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니?”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내가 좋아하는 계절과 그 이유를 설명하는 수업도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계절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가을이 가장 좋아요!”
나는 스스로 판단하기에 ‘낭만’이 있는 사람이다.
‘낭만’을 가장 느낄 수 있는 계절은 단연코 ‘가을’이다.
나만의 독특한 가을 낭만 즐기기 방법이 있는데
바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가을 노래를 들으며
낙엽이 떨어지는 도시의 가을 길을 산책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euIuoS5pA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래 10월이 있는 가을은 참 아름답다.
푸른 하늘, 색색의 나뭇잎, 짹짹하는 귀여운 참새들까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생각하기만 해도
낭만, 고독, 애틋함, 사랑 모든 것이 함께 공존하는 계절이다.
반면에 여름은 어떤가
덥고 더우며 또 덥다.
더우니깐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아침에 출근하기도 전에 그냥 지쳐버린다.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도 어림없다.
쨍쨍이는 햇살은 피부에도 쥐약이다.
내 흰 피부는 여름을 지내면 지낼수록 잡티가 생기고 붉어진다. 생기 있었던 피부에서 빛이 사라지는 것이 청춘이 바래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여름은 행동의 제약이 많이 생기는 계절이다.
어찌 된 일인지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더워진다.
2024년의 여름도 너무 더웠는데, 2025년의 여름은 말도 못 하게 더웠다. 올해도 그렇게 무더운 7~8월을 버티며 8월 말이 되었다.
보통 6월부터 8월을 여름, 9월부터는 가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사실 8월 말은 여름과 이제 작별인사를 하는 시점이나 내 기대와는 다르게 여름은 아직 떠날 생각이 없는지 밖은 여전히 덥다…
오늘 퇴근 후 나오자 쨍쨍 덥던 점심과는 달리 조금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함께 나오던 직장 동료가
“그래도 이제는 조금 선선해졌다”
라며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이제 8월 말인데 양심이 있으면 시원해져야죠”
다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대답을 한 후 살짝 어두워진 하늘을 보았다.
시니컬한 내 대답에 직장동료는 살짝 웃더니
“이제 곧 한 해도 마무리될 거예요”라며 말했다.
2025년이 벌써 마무리된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하며 생각하는 순간 엉뚱한 질문이 하나 생겼다,
오늘의 나는 여름이 지나 가을이 와서 곧 2026년이 되는 것이 더 좋을까?
아니면 여름이 조금 더 길어지더라도 2026년이 늦게 오는 것이 더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야 아직까지는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
훗날 언젠가는 여름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이 더 싫어지는 날이 올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선선해진 여름의 저녁을 걷는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여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