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죽어도 습관화되지 않을 때

안 힘들면서 재밌는 운동 추천받습니다

by 진솔

"진솔씨는 임산부처럼 걷고 있어요. 배에 힘이 없어서 배를 과하게 내밀고 걷는 거예요"

얼마 전 한의원에서 들은 이야기다.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있으니 등과 허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자세가 좋지 않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해가 갈수록 젊음도 사라지는데 꼬부랑 할머니가 되기 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직장에서 한 5분 거리에 위치한 한의원에 가서 신체균형검사를 받으니 예상대로 몸이 엉망진창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목부터 어깨, 배, 다리 발목이 휘고 틀어져있다는 말을'임산부처럼 걷는다'라는 표현으로 듣자 실제 임산부인 새언니를 떠올리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의사는 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코어힘'을 기르면 된다고 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코어힘 기르는 운동법을 검색하고 할 만한 운동영상들을 저장해 두었다.

그래서 실제로 운동을 했냐고?


그럴 리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몇 가지 유형의 사람 중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숨차고 땀 흘리는 운동이 너무 싫었다. 학교 가기 가장 싫은 날은 체육대회였다. 어느 반이 이기든 지든 관심도 없었고 땡볕아래에 시끄러운 응원소리를 들으면서 앉아있어야 하는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했다.


싫어하면서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외모 때문이었다. 먹는 건 좋은데, 살이 찌는 것은 싫었고 얼굴이나 팔, 배에 살이 붙는 게 싫었다. 나이스하진 않아도 적당한 몸을 유지하려면 운동이 필수니깐.

33살이 되도록 시도한 운동은 요가, 수영, 벨리댄스가 있다.


가장 최근까지도 꾸준히 한 운동은 수영이었다.

더운 여름날에 땀을 흘리지 않고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물속에서 노는데 운동까지 된다니 일석 이조의 운동이었다. 다만 수영의 단점은 추워지면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름 한정 최고의 운동이랄까?


요가는 가장 많이 시도(강습비를 가장 많이 버림)했고 그래도 좋아하는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가 초심자가 보았을 때 요가의 세계는 복잡하다. 무엇보다 이름이 복잡하다.

하타, 아쉬탕가, 빈야사, 아이언가, 핫요가, 쿤달리니, 라자, 파워요가, 힐링요가, 플라잉요가 등등

좋아하는 요가는 힐링요가(파워요가는 제일 싫어함)인데.. 당연히 힘들지 않아서다.

힐링요가를 제외한 다른 요가들을 고통스럽기 때문에 하기 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저 복잡한 이름들의 요가들이 어떤 점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10월부터는 무슨 운동할래?"라고 묻는다면 "요가요"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심적 부담이 덜하다.


마지막으로 벨리댄스는 한번 도전했다가 흑역사만 생긴 운동이랄까. 벨리댄스 하시는 분들 보면 되게 매력 있지 않은가? 허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인도 공주 같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했다.

벨리댄스 학원에 등록하러 갔을 때 꼭 댄스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하여 트레이닝 복을 입었다.

다만 수업을 할 때 보니, 거의 모든 분들이 화려한 색색깔의 벨리댄스 옷을 입고 계셨다.

보통 운동 트레이닝 공간은 사방이 거울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하는 내내 움직임을 체크하기 용이하도록 설계된 구조일 텐데 벨리댄스를 할 때만큼은 눈앞의 거울을 보기가 두려웠다.


나풀나풀거리는 벨리 나비들 사이에서 혼자 쭈뼛거리는 검은 애벌레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종종 이렇게 말했다.

"진솔~~~ 손을 더 높게 올려야 해"

아뇨 선생님...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지금도 수치심 한계치를 느끼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요..

그 모습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 쳇gpt한테 요청했는데 거절당함

신년 목표를 세울 때 항상 '운동하기'를 포함하고 언제나 실패한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려면 습관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선천적으로 땀 흘리며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정적인 활동만 선호하는 사람들 말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었겠지..


그럼에도 운동을 시도하는 것조차 포기할 수 없다. 건강한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리는 것이고, 인생에 무책임한 태도니깐


날씨가 선선해진 요즘, 서울식물원을 산책하면서 생각한다. 나도 러닝이나 한번 해볼까? (달리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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