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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국 Jan 02. 2023

1.2. 오늘자 칼럼

밑줄긋는 시간

1. [이정동의 축적의 시간] 예전 성공은 잊어라, 중력의 법칙 거부하라

불과 반세기 전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던 때를 생각하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경제개발을 시작했고, 심지어 한국보다 몇 배나 높은 소득 수준에서 출발했던 그 많은 개발도상국은 오늘 CES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데, 왜 한국만 유독 예외가 되었는가.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것은 이 중력을 뚫고 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도약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모든 성공적 혁신은 기존의 것을 하면 편하다는 중력을 거스르고 도약을 시도한 결과다. 경제발전이든, 과학기술이든, 심지어 개인의 발전도 마찬가지다.


이 도약 과정에서 한국은 최소한 산업 분야에서만큼은 오랜 정체를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자는 국가적 공감대와 전략이 있었다. 게다가 사람과 과학기술이라는 도약의 두 가지 필수 인프라에 미친 듯이 투자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진학률로 증명되듯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대를 막 넘어서고 있던 1990년대 중반에 이미 GDP의 2%가 넘는 돈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당시 세계 9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앞선 8개 나라는 모두 전통적인 기술선진국들이었다. 저소득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1만 달러를 넘은 중진국 가운데도 이처럼 대대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국가는 전무후무했다. 이 두 분야의 투자는 정권의 정치적 성향과도 무관하게 정부 예산편성에서 늘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도전했던 그때와 다르다. 눈물겨운 노력으로 쌓아 올린 세계적인 제조역량이 있고, 과학기술 역량 또한 많이 축적되었다. 추격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더 역량이 뛰어난 젊은 세대들도 있다. 그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도약대가 있다.


2023년은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낸 첫 번째 도약의 역사책을 덮는 반환점이기를 바란다. 나아가 다시 한번 중력을 거부하고 비상하는, 새로운 재도약의 역사책을 쓰는 기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50445?sid=110


2. [詩想과 세상] 대나무 - 김정수 시인 

대나무는 자신의 가장 외곽에 있다

끝이다 싶은 곳에서 끝을 끄을고

한 마디를 더 뽑아올리는 게

대나무다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뱀의 혀처럼 갈라지고 갈라져서

새잎을 뽑아낸다

만약 생장이 다하였다면 거기에 마디가 있을 것이다

마디는 최종점이자 시작점,

공중을 차지하기 위해 그는

마디와 마디 사이를 비워놓는다

그 사이에 꽉 찬 공란을 젖처럼 빨며 뻗어간다

풀인가 나무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신이 자신의 첨단이 된 자들을 보라


손택수(1970~)


바닷가는 뭍의 끝(시작)이면서 바다의 시작(끝)이다. 시작과 끝이 한 지점에 상존한다. 물 위를 걸을 수 없으니 배를 타야 하고, 배에서 내려 걸어야 한다. “뱀처럼 허물을 벗”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시인은 대나무 마디에서 “최종점이자 시작점”을 발견한다. 해안을 닮은 마디는 “대나무의 생장점”이다. 외곽이자 끝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가까스로 뽑아 올리는 한마디에선 ‘삶의 치열’이 감지된다. 적응하지 못하면 또 다른 마디를 생성할 수 없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96519?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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