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
새해가 밝은지 3일.
연말의 힘든 시간들을 거치고 찝찝함이 남았다. 여전히 일정은 나오지 않고. 밤에는 무엇을 써내야할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고민하는 꿈들이 이어진다. 또다시 일이 닥쳤을 때 힘들지 않기 위해 매일 말을 쌓아나가는 작업을 그저께부터 시작했다. 매일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집계된 업계의 스크랩자료에서 쓸만한 수치들을 정리하는 것과. 오늘자 오피니언에서 쓸만한 어구들을 정리하는 일. 언젠가부터 적어두지 않으면 즉시 휘발되어 버리는 기억력 때문에 이런 작업이라도 해야 내 머리 속에 무언가 남을 것 같아서다. 자꾸 적어보고 자꾸 되새겨야 글이 써지는데. 언젠가부터는 쓰고나서도 다신 들여다보고 싶지가 않아졌다. 결과물이 부끄러워졌다.
나이 탓일까? 휴직 후 급격히 쇠퇴한 뇌활용 능력 때문에? 아니면 이 곳의 요상한 생리 때문일까? 그 모든 핑계들을 무기로 내 글은 부끄럽고 구멍이 많아졌다. 생각해보면 기존에 내가 만들어낸 것들도 그랬는데, 그동안은 근거없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완벽한 글을,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 정도로 당당히 가슴을 펼 수 있었던 결과는 나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결국 누군가의 감시 감독을 통해서 내 성과가 이루어졌었음을, 누군가가 명확한 방향을 주고 컨트롤 해야만 제대로 된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 곳에서는 철저히 나 혼자 그 작업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물이 보잘 것 없는지도 모른다.
며칠간 신문을 읽다보니 참으로 치열한 동시에, 부단히 반복되는 관습적인 것들이 많다. 그런 관습적인 것들 조차도. 내가 발을 담그고 보니 치열하게 느껴진다. 안온하게 쓰여진 글들,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글들. 진심이 느껴지는 글들... 어떤 종류이든. 신문 지면에 실린 글자들은 단순한 글자들이 아니다. 거기에 실리기 위해 돈도 쓰여졌고, 거기에 실리려고 몇 번의 식사와 수없는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으며. 그 글이 나오기 까지 수십명의 검토와 보고가 진행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사 하나, 칼럼 하나가 실릴 때까지 여러 사람들이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긴장한다. 그런 무게감을 가지고 매일 글자들이 인쇄된다. 그냥 쳐서 휘리릭 올라가는 통신사 인터넷 기사와는 좀 다르다. 여럿의 고민이 묻어있고 책임감과 신뢰가 녹아있다.
그런 글이기 때문에 나 또한 가볍게 써서는 안되는 것이고. 오랜 공부와 지식을 쌓아 써내야만 하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콘텐츠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지만, 그래서 원래의 무거움들이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질 순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고민과 책임감은 가벼워져서는 안된다. 그래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올해의 목표는 그래서.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것. 이다. 내가 좋아했고 잘한다고 믿었던 글 쓰기를. 다른 영역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도전하는 해다. 고스트 라이터. 누군가를 대신해서 쓰는 글이지만, 그 누군가를 100%, 200% 만족시킬 수 있는 글쓰기. 그걸 해내려면 그 누군가보다 200%, 300% 앞서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 번 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