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지난주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했다. 쓰나미 악몽 이후 현실에서 쓰나미같은 업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고. 그 일 자체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으나 이후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어제에 이르러서 허무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허무하든, 아니든 주어진 '결과' 였으므로 나는 해방감을 맛봤다. 더이상 실시간으로 긴장해야하는 시간을 지나쳤기 때문에, 풀어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은 여느 때처럼 소소한 일상적 업무들을 처리했다. 오전에 시덥잖은 미팅 1건, 점심에 약간의 부담있는 식사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높은 비중의 '딴짓'을 해도 되는 날이었다. 미뤄뒀던 미생2 웹툰을 읽었다. 어제 문자를 주고받았던, 윤태호 작가가 저쪽 회의실에서 떠들었던, 요르단에서의 장그래 이야기를 쭉 읽어보았다.
1. 내가 하고 싶은 말들, 내가 직장에서 느끼는 것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 는 생각이. 어느 지점에서 불쑥 불쑥 들었다. 이직 이후 줄곧 느끼는. 이질감. 이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는 감각일까. 오늘 점심에도 느낀 그... 이곳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내가 잘못된 걸까? 라는 생각. 그런 이질감을 어떻게든 남겨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싹 버리고 나아가야 하는지 아직도 헷갈린다. '공기업은 참 적은 인력으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나의 워딩은 바깥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비난 혹은 비판으로 느껴졌던건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옆에 있던 차장은 즉시 '효율적으로 일하기는 우리 회사만한 곳이 없죠' 라고 회사에 대한 긍정의 뉘앙스를 풀었다. 같은 입장에 있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이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온 이들의 자긍심, 자부심 같은 것들이 나로선 영 거슬리고 이상하게 보인다. 그런 것을 센스있게 받아들이고, 나를 그들과 섞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너무 무거워졌기 때문일까?
2. 미생2에서 요르단에서의 중고차 부품 업체 사장과의 스토리 흐름은 드라마적 요소가 곁들여져 나름의 박진감이 넘쳤고, 사이다 같은 장면들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독자들도 당연히 그것이 '만화적 허용'임을 안다. 오히려 만화적 허용을 원하는 독자가 많은 것 같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만화에서라도 대리만족 하고 싶은 것이다. 고작 대리, 사원에 불과한 이들이 회사를 움직이는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는. 그런 그림을... 미생의 직장인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현실은 물론 그렇지 않다.
내가 되고싶은 것은, 내가 하고싶은 것은 뭘까. 다른 이들에게 파도를 일으켜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다.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행동하게 만드는 능력은 부족하다. 그저 내 앞에 있는 것들을 조물락 거려서 '내가 이런거 만들었지롱' 하고 짜잔. 보여주는게 내가 해왔던 방식이었다. 좀더 깊은 변화를, 큰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것을 내가 원하는지와는 별개로) 일단은, 내가 좀더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는 활기가 넘치는 날보단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