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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생 Aug 04. 2020

유난스러운 기록

실은 평범했을지 모를, 그 나날들을 떠올리는 이유

난 우울을 기본으로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가 자주 미워지고, 무기력해지고,

몸은 움직이지 않고 정신만 여기저기 맴돌며 불안에 떠는, 그런 사람이다.


왜 우울한가. 모른다. 언제부터 그렇게 우울했나. 그것도 모르겠다.

그저 하루를 견디기에 바빠,

이유를 찾지 않은 채 묵혀둔 우울이 쌓이고 쌓여 여기까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산다’는 말 대신 ‘견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이제껏 삶 앞에서 ‘노력’을 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억지로 하기 위해 애썼다.

그래야만 내 비루한 모습이 가려지니까, 가려져야만 고개를 들 수 있으니까.


원하는 것들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노력’으로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정말 내가 원한 것이었는지,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한 것인지.

모호한 기분이 들었다.

불안의 연속이었다.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던 삶은 모두 거짓이었다.

나는 이름 석자를 가진 상품이 되어 있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찮은 나의 모습, 지독한 미움, 쌓여있는 우울의 덩어리들.


현재의 내 모습에서 과거를 나를 본다.

‘나 그때도 그랬는데’ 싶은 일도 있고, ‘나 그때는 안 그랬는데’ 싶은 일들도 있다.


기록해 둘걸.

흘러가는 나날들 속에서 순간의 감정들을 조금 더 만끽할 걸.


지나간 일들은 다 묻어두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고 항상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듯 다그쳤었는데.

과거 좀 회상하면 어떠냐.

어차피 다 내 건데.


나의 빛났던, 찌질했던 감정들을 기꺼이 다 털어놓으려 한다.

일종의 언박싱같은 거랄까.


“제 우울 좀 보세요. 이 조그마한 장식이 참 깜찍하고 사랑스럽지 않나요?

지금 입고 있는 게으름 하고도 아주 찰떡이야.

아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는데,

협찬 아니고, 다 내돈내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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