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절망편 분량의 절반도 안 되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웃지요
- 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절망편과 다르게 특별한 ‘대처 방법’이 필요하지 않은 유형인 관계로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
사무적이지만 깔끔하고 정확하게 협조하는 고객 유형이다. 이들과 메세지를 주고받다 보면 ‘회신’ ‘수취’ ‘송부’ ‘협조’와 같이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던 단어들과 표현, 인사말 등이 눈에 띈다. 업무 시간 외에는 카카오톡이 아닌 이메일로만 교신하는데, 그러더라도 답장 속도가 꽤 빠르고 기존 메일에 답장을 하거나 참조를 해서 보내는 등 회사에서 업무를 볼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실제로 재직 중 중고 신입이나 경력직으로 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주로 이 유형이다.
아무래도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생략하는 타입이다 보니 조금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고객을 매우 선호한다. 요청사항이 서면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고, 이메일 교신 내역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딱할지언정 형식적인 인사말과 맺음말을 구사하기 때문에 메일 본문 때문에 쓸데없이 감정 상할 일이 없다. (앞뒤 설명 없이 첨부자료만 도착해 있거나, 나의 요청사항에 대한 아무런 반응 없이 질문 한 줄 보낸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생각보다 당황스럽다.)
물론 나나, 고객이나 결국 일과 소통만 잘하면 되지 이와 무관할 정도로 과한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감사 인사를 한 번도 듣지 못하고 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와 다르고, 상대방의 도움으로 업무를 더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을 때 기분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영혼이 없을지언정 협조에는 능숙한 회사원 유형은 호불호 없이 선호한다.
몸 둘 바를 모르겠을 정도로 칭찬 폭격을 해주는 고객 유형이다. 내가 구두점만 찍어도 “선생님 최고예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멋져요” “선생님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와 같은 찬사가 터진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힘이 되는 건 물론이고, 넘치는 감동에 비례해 고객의 참여와 협조에도 역시 적극적이라 대개 일까지 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길고 따뜻한 리뷰를 적어주시는 분들도 이 유형인 경우가 많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진이 빠지고 막막할 때가 많았는데, 이런 고객을 한 번씩 만나면 비타민 수액을 맞은 것처럼 몸에 활력이 돌았다.
고객과 일대일로 비교적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고, 내가 한 일의 영향력이나 기여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 일의 장점이다. 이런 특징이 내게는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모르는 걸 새롭게 배웠다던가, 시간에 맞춰 서류를 제출했다는 말만으로도 뿌듯함을 얻었었다. 거기에 더해 이 정도의 칭찬을 받으면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코멘트는 하나씩 캡처해두고 힘들 때 꺼내서 읽기도 한다.
9번 유형의 고객들 중에서 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말뿐만 아니라 돈으로까지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거나, 기존에 만족스럽게 작업했으니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며 협의한 금액에 웃돈을 얹어서 보내준다. 처음에는 내가 견적을 잘못 안내한 줄 알고 깜짝 놀라서 연락을 했는데 ‘마음을 담아서’ 일부러 보낸 거라는 걸 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돈만 많이 벌어도 되었다면 애초부터 퇴사를 하거나 이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얼마큼의 돈을 벌든 상관없다는 것도 아니다. 절대적인 액수를 떠나서, 자신의 노동에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대가를 받는 건 일을 지속할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누군가 나의 노동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높은 값을 매겨주면 당연히 고맙다. 그 정도로 나를 인정하고, 지원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긴 행동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정말 그렇게 돈을 더 주시겠다면.. 당연히 감사합니다. (넙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