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고객은 많다 - 절망편 (2)

입이 유독 무거운 두 가지 유형, 그리고 상종하기도 싫은 개차반 대왕보스

by 연옥


-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고객유형탐구 시리즈입니다 -


3. 묵언수행자


저도 알고 싶은데 상대방이 답을 안 해주네요


1) 유형 소개

문자 그대로 말이 없는 타입이다. 어떤 메세지나 메일을 보내도 조용히 1만 사라지고 답이 없다. 물론 매번 ‘감사합니다’라던가 ‘확인했습니다’라는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아무 말도 없길래 잘 받은 줄 알았더니 며칠 지나서 ‘뭘 확인해야 하는 거죠’라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연락이 잦은 업무라면 나만 자동응답기처럼 메시지를 주루룩 보내 놓고 상대방은 그저 읽기만 하니, 가끔은 내가 정말 고용이 된 게 맞는지 의심스러워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묵언수행자들은 답변이 꼭 필요한 내용, 예를 들어 의문문으로 보낸 메세지에는 답장을 해준다는 점. 그래서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의사소통 오류나, 조용한 채팅방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을 제하면 큰 탈은 없는 유형이다. (물음표 살인마에게 시달리다 보면 차라리 과묵한 고객이 백 번 낫다는 생각이 든다.)


2) 대처 방법

일단 ‘읽씹’과 ‘안읽씹’을 구분해서 대처하자. ‘읽씹’은 그래도 답장을 하지 않았을 뿐 내가 보낸 걸 확인했다는 무언의 증표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전달한 게 상대방에게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상대방이 아예 읽지도 않은 채로 답이 없는 ‘안읽씹’이거나, 상대방에게 답변을 요청한 사안에 대해서 읽기만 했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로 나처럼 카카오톡 채널(구 플러스친구)로 상담을 할 경우 대화 상대방이 나의 메세지를 읽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이 잘 안 먹힐 수도 있다. 이건 시스템의 한계라 어쩔 수 없다. 기한이 임박해서 잘 도착했는지 꼭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이를 명확하게 부탁하거나, 상대방이 내게 회신을 해줘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 리마인드 차원에서 가볍게 연락을 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매번 모든 이슈에 대해 답을 요청하는 건 상대방도 피로하니까, 제대로 확인하는 게 상대방에게만 이득이 되고 나의 계약상 의무에 영향이 없거나 내게 큰 피해가 없다면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다. (예: 서비스 차원에서 자료를 무료로 제공했을 경우, 고객에게 자발적인 리뷰 작성을 부탁한 경우 등)


뭔가 열심히 정리해서 보냈는데 상대방이 반복적으로 답이 없다고 하더라도 너무 상처받지 말자. 고맙다는 한 마디, 관례적인 인사말을 듣고 싶을 수도 있지만 엄격하게 보면 업무상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니까. 이로 인해 업무 자체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면 위와 같이 대처하면 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이런 사람도 있다는 생각으로 넘기는 게 자신에게도 편하다.



4. 나는 잠수, 너는 봇


(다시 안 올 거면서...)


1) 유형 소개

묵언수행자가 진화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 말이 없다는 건 묵언수행자와 다르지 않지만, 이 유형을 굳이 따로 설정해야 할 만큼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에 있어서도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내게 첨삭 서비스를 요청했는데 첨삭을 해야 하는 파일을 주지 않은 채로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들거나, Zoom을 이용한 서비스를 신청해서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아무 말이 없다. 그야말로 복장이 터진다.


이들이 유일하게 연락을 할 때는 바로 본인이 궁금하거나 급한 게 생겼을 때. 내가 위에 물어본 건 싹 무시하고 본인이 할 질문만 띡 남기고 사라진다. 당연히 답변을 해도 거기에 대한 감사하다는 인사 하나 없고, 직전에 내가 수두룩하게 보냈던 질문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들과의 채팅방은 마치 내가 봇이 된 것처럼 내가 정보성 메세지를 연달아 보내고, 상대방의 질문에 답변한 내역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쯤 되면 ‘내가 돈을 줬으니 내 마음대로 할 거고, 너는 알아서 하던가 말던가’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되어 감정도 상한다.


그나마 묵언수행자는 답이 필수적이지 않는 사안만 선택적으로 답하지 않아 약간의 인간적인 아쉬움만 남길뿐이지, 이 유형은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그 파괴력이 상당하다. 이로 인해 내가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적은 없지만, 아마 본인의 비협조로 인해 일정이 지연된다면 왜 이렇게 늦어지냐는 독촉성 연락은 성실하게 할 것만 같다.


2) 대처 방법

바로 위에 적은 것처럼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형이기 때문에, 피해가 우려된다면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 싸움을 걸어서 상대방의 못된 버릇을 바로잡으라는 게 아니다. (그건 오은영 박사님이나 강형욱 훈련사에게 맡기는 걸로.) 상대방의 비협조로 인해 내가 제때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게 결국은 고객에게도 피해로 돌아온다는 걸 알리는 걸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리마인더를 보내면서 언제까지 자료를 보내주지 않으면 결과물 수취일이 n일 늦어질 수 있다고 말하면 된다. 그걸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처음 업무를 맡을 때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라는 걸 알려줘도 좋다. 만약 이에 대해 컴플레인이 걸린다면, 마감을 맞추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게 되면 퀄리티도 떨어지고 고객도 불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작업자인 나의 편의만 고려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만 설득이 좀 더 쉬워진다. (애초에 이게 왜 ‘설득’의 영역인지 따지지는 말자. 너무 슬퍼지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잠수를 탈 수도 있다. 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조건 선입금 100%로 진행하는데, 이게 관행으로 자리 잡은 업계이기에 가능한 조건일 뿐이다.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경우 착수금 50%를 받은 뒤 나머지 잔금 50%는 결과물 수취 후 n일 이내에 받는 조건이 보다 흔하다고 들었다.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결과물을 주기 전까지 일체의 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는 일하지 않는 걸 추천하고 싶다. 돈을 떼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흔하고,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건 생각보다 너무도 복잡하다. (받을 돈보다 이를 받으려는 데에 쓰는 돈이 더 커지는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업 당일에 마음대로 잠수를 타고 이후 아무 연락 없이 나에게서 거금을 떼먹으려는 고객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나는 집요하게 연락해서 결국 받아냈다. 처음에는 숨고 채팅창으로 연락을 하다가 아예 읽지도 않길래 카카오톡을 보내고, 그래도 읽지 않길래 문자를 보내고 나중에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전화를 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티길래 계약 조건을 상기시키며 법적 대응 운운하는 문자를 보내니 오 분도 되지 않아 돈을 보냈다. 그 뒤로는 선입금 방식을 고집하고, 평소 통화할 일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전화번호는 무조건 받아둔다.



5. 으디서 어른이 말하는데


이 짤 원본은 처음 보는데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판사가 피고보다 꼭 어리지 않아도 이렇게 하대하는 태도 자체가 나쁜 거다.


이건 그냥 짧게 적겠다. 대뜸 반말부터 갈기는 개차반 유형이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고 본인도 그걸 아는 고객들은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아주 흔하다. 이 문제 때문에 핸드폰 집어던질 뻔한 적이 있었던 이후에는 그냥 상담 단계부터 거르고 있다. 특정 나이대를 싸잡아 일반화하거나 비하할 의도는 없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기분 더러웠던 일이 아주 많았다고만 말해두겠다.



- 이렇게 절망편을 마무리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희망편이 이어집니다 (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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