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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계절 Jun 11. 2024

인생은 삼세번일까? 나의 시험관 인생은 몇 번일까?

한국인이라면 삼세번? 그 삼세번의 지옥에 관하여  

가위바위보를 하다 보면 종종 흔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이라면 삼세번이지? 삼세판으로 가자



 '가위바위보' 말고도 어떤 일을 할 때 세 번째 까지는 해보자 이런 마인드로 무언가를 도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숫자를 정해놓고 있다 보면 숫자 지옥에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삼세번이란 단어는 누가 만들었길래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삼세번의 지옥, 반착검사 진행 



그동안의 시험관 기간 동안, 의사 선생님은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OOO 씨는 삼세번안에 시험관 무조건 될 겁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금방 됩니다. 



이런 말이 처음 시험관을 시작할 땐,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아 세 번만 하면 그 안에 무조건 될 수 있겠구나' 안심하면서 시험관을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첫 번째, 두 번째... 시험관 횟수가 진행되면서 마음은 암울해졌고 마침내 무조건 될 거라는 세 번째 시험관에서도 되지 않자 불안함과 함께 세상이 끝난 느낌이 들게 되었다. 


출처: 핀터레스트



세 번째 시험관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는 안될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다. 반착검사를 진행해 보자'라고 하셨다 앞의 에피소드에서 소개하였듯이 반착검사는 '반복 착상 실패검사'의 약자로서, 유전학, 엽산대사이상, 혈액순환, 면역체계 등의 다양한 정밀검사로 나뉜다. 해당 4가지 파트에서 문제를 파악하여 반복적으로 착상이 안 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검사이다. 


반복착상실패라..


말이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 마음이 아팠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지?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를 진행했고 무려 피를 8통이나 뽑게 되었다. 


해당 검사는 약 2주간 소요되며, 검사결과를 통해 채취 및 이식에 필요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하여 한 달의 시술이 또 미뤄지게 되었다. 




반착검사결과, 시험관 4차 진행 



2주 뒤에 결과를 확인하러 갔다. 유전학, 엽산대사 이상은 문제가 없으나 혈전이 좀 있는 편이었고, nk cell이라는 자가면역 수치가 평균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자가면역성이 다소 높아서 배아를 적으로 알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면역성이 높아도 안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아스피린과 면역수치를 낮춰주는 주사를 기반으로 시험관 4차를 진행하였다. 


결과는... 


또 실패였다.
3차를 넘어서 4차 또한 착상이 되지 않았다. 

피를 8통이나 뽑고 한 달이나 기다려서 반착검사를 진행했다. 원인을 알았다고 기뻐했고, 삼세번안에 되진 않았지만 그다음엔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착상조차 되지 않은 결과였다. 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고 조롱당하는 느낌이었다. 


4차까지 실패로 끝나자 정신이 조금 번쩍 들었던 것 같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병원에 대해 아쉬웠거나 불만이 있었던 점들이 하나씩 모여 결국 폭발해 버렸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였다. 


병원.. 옮기자 이제,
전원을 하자. 
출처: 핀터레스트 





전원 하게 됩니다. 



전학과 전원의 차이는...


전학은 지난 학교를 그리워하는 거겠지만 전원은 지난 병원을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차이랄까? 

지난 병원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현재 내 마음속에는 지난 병원에 대한 속상함과 원망이 있다. 

항상 나에게 그랬다. OOO 씨는 삼세번안에 무조건 될 겁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금방 됩니다.

 


그놈의 삼세번... 세 번 안에 된다고 했잖아요 



의사는 삼세번안에 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되지 않았고.. 내입장에선 그저 답답함 뿐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결론적으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가 무너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않았기에 남편과 나는 더 이상 믿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임신이 되는 날 눈 녹듯이 사라질 부정적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삼세번이란 말이 있지만.. 나는 삼세번안에 시험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괜찮다. 



모든 인생이 삼세번은 아니다. 


시험관 3차가 되지 않을 때 마음이 가장 크게 무너졌고, 그 이후로 시험관 4차가 되지 않았을때도 마음은 무너졌다. 

인생은 삼세번일까? 아니다. 

각자의 계절이 다른 것처럼 내 인생에도 내 인생의 번호가 따로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고차수로 갈수록 인생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며 


내 인생은 과연 몇 번일까?


라는 생각에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궁금한 감정이 앞서기도 하다.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일 거라고 생각하며 미소 지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다행히 많이 무뎌졌고 단단해졌고 유연해졌다. 


미운 마음을 잘 묻어두고 새로운 병원에서 잘해보려 한다. 파이팅 :)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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