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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계절 Jun 07. 2024

디즈니, 내 소원도 이뤄줄 수 있겠니?

내 시험관 여정중, 딱 한 번의 해피엔딩을 원한다. 

 90년대생은 모두가 알 것이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난 이유는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기 위해서였다. 


3살 터울인 동생과 추운 겨울 주말 아침, 소파에서 담요를 몸에 덮고 디즈니만화동산 채널을 본 기억이 강렬하게 있다. 


각종 디즈니 공주님들과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디즈니 영화는 어릴 적 비디오부터 시작해서 영화관을 통해 항상 접했다. 



디즈니 안에서는 모든 것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 해피엔딩이 주는 달달한 감정은 어릴 적부터 나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도, 결국 모든 일은 잘 해결되고 마지막엔 주인공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웃으며 끝나는 것이 바로 디즈니였다. 


디즈니와 같은 해피엔딩은 나에겐 언제 오는 걸까. 

갑작스럽게 진행된 자궁경의 시간과 기다림의 시간 끝에 시험관 3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출처: 핀터레스트 (WDW Magazine 채널)




자궁내시경 (자궁경), 그리고 시험관 3차 진행 



당연히 나는 연말에 시험관 3차를 진행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가 찾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진행하게 된 자궁내시경 수술로 인해 시험관 3차는 새해로 넘어가게 되었다. 


자궁내시경 수술이란 질과 자궁경관을 통하여 내시경과 수술장비를 삽입해 자궁내부의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자궁내시경은 줄여서 자궁경이라고 부르곤 한다. 


자궁내시경.. 많이 긴장했었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또 담담하게 잘 받았다. 

수면마취를 했고, 눈을 떠보니 이미 끝나있었다. 


초음파로는 보이지 않던 작은 플립(용종)이 제거되었다는 소식도 들었고, 자궁내막을 깨끗하게 청소해서 혈액순환도 잘될 것이라 얘기를 들었다. '아, 이제 되었구나, 잘 되겠구나' 희망을 품고 시험관 3차를 진행했다. 시험관 3차 동결이식은 새해 1월 1일에 진행되었다. 뭔가 남다르고 뜻깊다고 생각하였다. 새해의 기운을 받아 매우 잘될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1월 1일 아침 병원에 가서 시험관 3차 동결 배아를 몸에 잘 이식했다. 이식하는 순간 눈을 감고 마음속 아주 깊게 기도했다. 


꼭 착상 잘되게 해 주세요


 



디즈니, 내 소원도 이뤄줄 수 있겠니? 



시험관 3차를 마치고, 무한의 2주간의 기다림의 또 시작되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남편과 즐겁게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했다. 마침 남편과 함께 보고 싶었던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가 개봉하여 보게 되었다. 평소 디즈니 영화가 나오면 꼭 챙겨보는 나이기에 100주년 기념작은 꼭 봐야 하는 영화였다. 

생각보다 흥행을 하진 않았지만 난 이영화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바로 소원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원더랜드와 같은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속 사람들은 각자의 소원을 왕에게 바치고 왕이 자신의 소원을 이뤄주길 매일 바란다. 소원은 구슬형태로 왕국에 저장되었다. 단, 소원을 왕에게 바친 후에는 그 소원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 


하지만 왕은 진실된 마음으로 백성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대로 소원을 들어주는 것을 확인한 주인공 '아샤'는 하늘에서 내려온 귀여운 별과 함께 백성들의 소원구슬을 모두 풀어내어 백성들에게 돌려주고 백성들 스스로 그들의 고귀한 소원을 이뤄주도록 돕는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배를 붙잡고(?) 엉엉 펑펑 눈물을 흘렸다. 특히 주인공 '아샤'가 하늘에 별에게 소원을 비는 노래를 간절히 부를 때 나의 배아들에게 '곧 만나자'라는 마음을 되뇌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 울어서 아마 남편도 놀랬을 것이다. 재밌는 디즈니영화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눈이 부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으니 말이다. 나에겐 이영화가 매우 남다르게 다가왔다. 


지금 나에겐, 디즈니 영화에서 나오는 딱 한 번의 해피엔딩이 필요했다. 



디즈니야, 내 소원도 이뤄줄 수 있겠니?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딱 한 번의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디즈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린 것과 무색하게 시험관 3차는 착상수치 0.1로 실패로 끝났다. 우리에겐 해피엔딩은 없었다. 새해에 진행한 첫 이식이었는데, 많은 실망감이 따랐다. 


막상 세 번째도 실패로 끝나니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시험관 4차 진행 전, 정밀검사를 진행하자고 하셨다. 그 정밀검사는 반착검사라는 것인데, 유전학, 엽산대사이상, 혈액순환, 면역체계 등의 다양한 정밀검사로 나뉜다. 


반착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결과를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게 되니 또 한 달을 검사로만 보내게 되었다. 도대체 나에게 해피엔딩은 언제 오는 것일까... 그렇게 씁쓸하게 2024년 1월이 흘러가게 되었다. 


시험관을 보내는 이 순간, 많은 것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딱 한 번만 있으면 된다. 

디즈니에서 나오는 그 딱 한 번의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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