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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r Sera May 17. 2023

마침표를 찍지 않아요

아무 때나 찍지 말아요



글쓰기를 배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학창 시절 문법시간에 배우지 않았는지, 아니면 배웠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목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목은 문장이 아니라 제목이므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조금 생소했고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냥 외워야 하는 문법 공식 같은 거였다. 문장이 끝났으니 강박관념처럼 마침표를 찍는 습관을 고치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제목에 마침표를 찍고, 아차하고 지우고, 또 찍고 또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찍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선수였고 감독이었던 요기 베라가 한 말이다. 1973년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을 맡던 시절 팀 성적이 죽을 쑤고 있을 때, 베라가 감독직에서 쫓겨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기자가 '이미 끝난 것 아니냐'라고 질문 했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난 뒤 팀 성적이 180도 바뀌어 지구 우승을 차지해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9회에 걸쳐 상대팀 27명의 타자를 아웃시키고 동시에 우리팀은 점수를 내야 끝나는 스포츠, 야구. 심플한 규칙이지만 야구는 경기가 끝날 때가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매회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타자는 몇 루까지 출루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결과가 달라진다.


사람의 생은 어떠한가. 야구와 달리 정해진 룰은 없다. 하지만 야구경기처럼 매 순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끝낼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점이 닮았다. 마지막이 언제인지 사는 동안에는 알 수 없는 경기가 바로 인생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이생망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말의 줄임말로 어떤 일이 망했다고 생각했을 때 쓰는 약간은 자조적인 말이다. 나는 이생망이라는 말이  '망했으니까 이제 끝이야'의 의미보다는 '이번에는 망했어, 그렇지만 내일 또 해볼 거야.'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장부호를 인생과 연결 지어 보니 참 재미있다. 지친 일과로 잠시 쉬고 싶은 순간에는 쉼표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을 때는 느낌표를, 답을 찾고 싶을 때는 물음표를 찍으면 좋겠다.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진짜 끝난 게 아니니까 이생망을 외치고 나면 마침표는 찍지 않아도 되는, 딱 그만큼의 작은 용기가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지막을 알려주는 부호, 화룡점정 같은 마침표. 그러니까 제목에도 이번생에도 마침표는 찍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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