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가 하루에 한번도 아닌 여러번 들어가보게 되는 어플이 있다. 당근마켓이다. 미니멀라이프에 많은 도움이 되는 신박한 어플이다. 직거래로 물건을 사고 팔수 있어서 무엇보다 물건 거래에 있어서 안심이 된다. 그리고 필요하긴 한데 사기엔 쓰는 시간이 짧아 돈주고 사기엔 아까운 것들을 여기서 사서 쓰면 참 좋다. 돈도 절약되고 물건도 재활용할 수 있어서 환경에도 좋아 일석이조다.
아기가 태어나 세 식구가 되니 둘이 살때의 살림살이와 셋이 살 때의 살림살이를 비교하면 일단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자 하는 나에게 세 명이 살게 되면서 더 많은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어떤게 덜 중요하고 어떤게 없으면 안 될 물건인가?
아기가 사는 집엔 매트는 필수니 매트를 사고 우리집 거실을 차지하는 테이블을 당근마켓에 팔아버리자. 무거운 테이블을 매트에 올리면 자국도 생기고 무엇보다 아기가 걸어다닐 때쯤엔 위험한 물건이 될 수도 있으니 팔아야겠군 하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당근 마켓에 판매글을 올렸다. 일단 팔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니 원래 올린 가격보다 싼 가격을 부르는 구입 희망자에게 그가 희망하는 가격과 비슷한 가격에 팔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테이블을 팔아버리고 마음이 헛헛해졌다. 그 테이블에서 신혼 때 남편과 함께 맥주에 치킨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던 추억도 사라진거 같아서 한 동안 그 테이블이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팔지 말아야 할 물건을 판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후회도 되었다.
물건이란 참 묘하다.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물건에 얽힌 추억과 기억들이 생긴다. 나에게 그 테이블이 그랬나보다.
팔려간 테이블을 다시 찾아올 수는 없지만 한동안 테이블에서 있었던 신혼의 추억 한토막이 함께 없어진거 같아서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다보면 우선순위를 매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에 나는 신혼 때 남편과 희로애락을 나눈 테이블보다 새 식구인 아기의 안전과 세 식구의 행복한 생활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물건에도 애정이 생기면 그 빈 자리가 주는 쓸쓸함이 큰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빈 자리를 우리 세 식구의 알콩달콩함으로 채워나가야 하겠지?신혼의 추억이 담긴 테이블이 필요한 분에게 가서 소중히 잘 쓰인다면 좋겠다. 미니멀라이프는 쉽지 않다. 물건에 감정과 추억이 얽힐 땐 더 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버리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버리는게 물건과 함께 한 시간과 추억이 아니라 그저 물건임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