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의궤도

결혼식 하루 후

글의궤도 3호

by 유영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신혼여행를 가기 전 청주에 왔다. 오빠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에 오빠의 외할머니가 계신다. 외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결혼식에도 참석을 못하셨고 더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최근 입원하시게 되었다.

그 사이 많이 여위신 할머니를 뵙게 되니 내가 도리어 눈물이 났다. 오빠가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로 생각했던 할머니.

점점 심해지는 치매 속에서도 끝까지 손자 이름을 잊지 않고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이 소녀같았다. 챙겨온 오빠 증명사진과 40년 전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을 벽에 붙여놓았다. 결국 마지막에는 오빠 이름도 잊어버리시겠지만 당신 곁엔 가족이 있음은 잊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빠는 사랑해 사랑해 수십번은 반복했고 할머니는 밥은 먹었니 라는 걱정을 반복하셨다.

한 여자의 사라져 가는 기억과 한 여자의 죽음의 문턱 앞에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많은 이들이 그녀를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것.

오늘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 병실을 나섰다. 내일은 입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카스테라를 사 들고 찾아봬야지.


[관객의취향_취향의모임_글의궤도_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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