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궤도 3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당신의 사랑의 언어가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을 상대방이 느끼길 원한다면 그 사랑을 상대방의 제1의 사랑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를 보면 사랑의 관계에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사랑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고 한다.
인정하는 말, 선물, 스킨십, 봉사, 함께하는 시간.
나의 제1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이었지만
그의 제1의 언어는 선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에게 많이 선물하기 못했고 그는 나에게 시간을 자주 내주지 못했다.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다.
우리가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을 때 그는 "쩨리 먹고 싶지. 못사준지 오래 됐다."고 말했고,
그때 나는 "쩨리보다 쩨리 들고 있는 오빠를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대화를 나눌 당시엔 몰랐지만 이 대화에 담긴 우리 언어의 차이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뭔가를 더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각자 자신이 사랑을 확신하는 방법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틀린 방법이었지만 그게 언제나 최선이었고 최선이라 믿었다. 나는 시간이, 그는 선물이 애정을 보여주는 수단이자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조공이란 이름의 젤리를 선물했고 나는 매번 데이트를 위해 그가 사는 지역으로 달려갔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들이기에 그는 너무 바빴고, 그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선물을 하기에 나의 재정은 늘 연약했다. 나의 가난함이 슬펐지만 좋은 걸 주고팠다. 내가 지금 가진 것보다 비싸고 좋은, 실용적이고 필요한 물건을 주고 싶었다. 그는 한번도 원한적 없었지만 내게는 선물하려면 늘 돈을 모을 기간이 필요했다. 나의 과분하고 어리석은 욕심이었을지 모르겠다.
이것이 우리 이별의 모든 이유는 아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재밌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대화를 나눠봤다면 뭔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가 사준 것과 같은 젤리를 질겅거리며 의미없는 상상을 해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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