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궤도 2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나는 아르바이트 부터 조금 오래 서비스업을 했었는데, 그때 마음의 병을 살짝! 얻어버렸고...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공감 할 수 없는 세계들과, 너무 힘들어 어쩌다 하소연해도 '그냥 그거 그러려니 해', '너만 힘드냐, 다 힘들어' 라는 무성의한 가족의 태도들에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당장이라도 일을 때려치려고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을 고민했다.
그런데 무엇인가 일을 쉽게 그만두지 못할 상황들에, 어쩔 수 없이 울며 생와사비를 사과처럼 우적우적 씹어먹는 그런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도 그 시간에 그나마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큰 힘이었는데, A와 B는 가끔 제정신이 아닌 인간들에게 웃으며 응대를 마치곤 뒤돌아서 '어휴, 죽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었다.
나는 딱히 제대로 된 종교도 없으면서 희안하게 불교의 윤회사상을 좀 믿는다던가, 말이 씨가 된다 라는 그런 옛스러운것에 찜찜함을 느껴 쉽사리 말하지 못했다. (뭐 해봤자 내 수준은 치질걸려서 의자에 앉자마자 지옥을 맛 봤으면 정도?)
나의 이런 마음을 말하며 무서워서 그런 말 까진 못하겠다 라고 말했을 때 동료들은 그런 말 하는 것 쯤 '뭐 어때', '괜찮아', '더 나쁜짓 하고도 잘 사는 놈들 많다' 라고 했고 아직 내가 본인들 만큼의 급에 닿지 않았다 라는 식으로 말하며, 덧 붙였다.
'괜찮아 열심히 노력하면 우리처럼 나빠질 수 있어 (^.^)'
그때 저렇게 말한 A가 너무 재밌고, 그 말도 신박해서 우리끼리 깔깔깔 웃다가 이거 꼭 내가 악당을 잡는 악당들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면 대사로 써야겠다 하고 적어뒀었다. A와 B가 순서대로 퇴사하고, 나 역시도 퇴사할 땐 노력한 만큼 그들처럼 나빠져 있었다.
그녀들이 이런 나를 알면 칭찬해 주었을거야.
다른 직종으로 이직 후 1년 동안은 보살 소리를 들었지만, 현재 나의 장래희망은 타노스가 되었다.
그리고 내 카톡 프사는 대놓고 말하고 있다.
'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야, 내게 함부로 하는 새끼들은 다 죽일거야' (@25_jw 작가님의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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