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의궤도

명상은 순수한 알아차림

글의궤도 2호

by 유영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명상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재작년 12월부터 명상어플 '마보'를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해 여름에 독립출판물을 통해 그 어플에 대해 알게 되었고, 책을 읽으며 너무 궁금해서 바로 다운받아 사용하다가 무료 체험기간이 끝나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몸에 병이 났고, 도수치료를 받기위해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1시간짜리 도수치료를 받고 가게 문을 열어야했기에 나는 늘 아침 8시에 치료를 받으러 가야했다. 선생님은 내게 자신이 1년간 본 환자 중에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암튼 그 도수치료가 너무 아파서 나는 선생님을 만나기 전 집에서 몸을 풀고 갔다. 그러다보니 기상시간은 점점 빨라졌고, 요가소년의 아침 6시 실시간 스트리밍을 보며 하루를 시작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요가음악, 명상이라는 컨텐츠가 나의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하였고, 나는 결국 다시 마보를 시작했다.


때마침 마보는 1년 결제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 3만원에 1년 유료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 당시에 읽었던 많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었기때문이다. 조던피터슨의 책에도 명상이야기가 나오고, 한참 빠져있던 영화 <벌새>의 감독님인 김보라감독님도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꽤 깊이있게 해주셨었다. 명상원을 알아봤는데 너무 멀거나 비쌌고, 마침 그 때 읽고 있던 독립출판물에서 어플로 하는 명상을 알려주어 자연스럽게 마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처음 명상을 할 땐 자주 잠이 들었다. 그래서 복순이와 아침 산책을 하며 에어팟을 귀에 꽂고 소리에 의지하며 명상을 하기 시작했더니 산책하는 즐거움과 명상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아침 컨디션이 늘 좋았다.


작년은 모두에게 힘든 해였고, 나 역시 심적으로 어려운 순간이 너무 많았다. 나는 무너지는 멘탈을 명상으로 계속해서 잡아냈다. 관객의취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상 때문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명상을 한지 거의 1년이 되갈 무렵, 정말 가장 힘든 달이었다. 작년 9월과 10월은 일기장에 거의 맨날 그만둬야겠다는 글만 쓴 것 같다. 그치만 습관처럼 몸에 밴 명상시간은 잠시나마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벌새>의 김보라 감독님을 모셔놓고 여성창작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의 사회를 본 적이 있다. 그ㅍ때 김보라 감독님이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때 그런 말을 했다. 명상은 '순수한 알아차림' 이라고. 힐링과 회복을 위함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 내면의 욕구를 알기 위해 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저 그 말이 멋있어서 아이폰 메모에 적어뒀는데, 11월의 어느 날 명상을 하다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 이미지가 떠올랐다.


나는 그제야 그 말을 이해하게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의 순수한 욕구, 욕망을 나는 보았다.


좀 창피해서 말은 못하겠지만 뭐 내가 오스카에 가서 최고의 배우상을 받는 뭐 그런 정도의 높고 멀고 오바인 욕망이다.


그런데 그게 진정한 나의 욕구였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실은 더 욕망하고 있던 것이 많았던 것이다.


그저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자꾸 현실에 만족하려고 애써왔던 것이다.


나는 실은 욕망의 화신이었는데, 자꾸 겸손하고 겸허해지려고 애쓴 것이다.


너무 터무니 없어 보일까봐 혹은 너무 열심히 해야해서 힘들까봐. 혹은 실패하고 좌절해서 상처받을까봐.


여러 이유로 나는 나의 욕망을 모른채 해왔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욕망을 보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남들에겐 아직은 주저한다. 나한테만 주저하지 않는거다.)


내가 나를 인정하니 많은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좀 더 삶의 활기가 생겼다.


내 속의 내가 너무도 많지만, 그런 모든 나를 인정하기까지 1년이 걸렸으니 이제 앞으로의 1년을 뭘 기대해야할까.


오늘은 마보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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