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의궤도

남자의 눈물은 무기

글의궤도 2호

by 유영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멈에도 나를 늘 가슴철렁하게 하고 싸웠다가도 헤어졌다가도 후회하며 달려가 껴안게 한 그 아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눈물이었다.


어떤 싸우는 상황에도 우리는 껴안고서 말하곤했다. 원망하는 말을 하면서도 수시로 껴안으며 싸웠다. 감정과 별개로 묘한 측은함이 있었고 미운 건 미운 거고 안는 건 안는 거였다.


남자를 안으면서 느끼는 기분으로는 좀 이상하지만, 내 아이를 안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작은 어깨는 아니었다. 넓고 네모냈다. 하지만 어깨를 들썩이며 안겨오는 연하의 그 남자는 내 모성애(가 있다면 이런걸까? 생각하게 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화가 나면 남자친구가 눈물을 쏙 뺄 때까지 이야기했다. 독하게 말해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게 싸우다보면 남자친구는 눈에서 눈물을 도록도록 흘리며 안아달라고 두 손을 내밀곤했는데, 그 제스쳐가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아 화가 금새 풀어져버렸던 기억이 난다.


넙적하고 둥그런 손은 흡사 강아지 발 같아서 눈물을 닦을 때는 사람이 아니라 너구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귀여워서 마음이 난리가 났다.



여자의 무기가 눈물이라는 건 잘 모르겠고 여우같은 남자의 (사실 진짜 숨겨놓은) 최종무기는 눈물이다. 다들 꼭 알아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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