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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Feb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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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궤도 4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완벽한 좌절의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작가가 될 수가 없구나. 저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되는 거구나. 

그 때 나는 조금 울고 싶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빛이 나는 거 같았다. 나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생각해 보지 못한 문장을 쓰는 그가 부러웠다. 

그 글은 별로 손볼 곳이 없었다. 문장들을 고치기에는 내 실력이 형편없었다. 

그에게 너무 잘써서 고칠 곳이 없다는 짧은 메일을 보내고 나는 무력하게 누웠다.


나에게 재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굳이 하나만 꼽자면 남들에 비해 글을 조금 잘쓰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가끔가다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던 경험이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렇게 확인사살 받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작가의 꿈을 포기한 지 오래된 자였고 나는 친하지도 않은 그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가가 되어야 해요, 당신은 글을 써야 해요.'

끝내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들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있다.



재능도 없는 주제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아서 자꾸 글쓰기 수업을 신청한다.

이것은 나의 미련일까 발악일까 하소연일까


끝내지 못한 말과 마음이 언저리를 맴돈다.


[관객의취향_취향의모임_글의궤도_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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