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의궤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 Feb 18. 2021

길에서 춤 추는 게 왜 이상해?

글의궤도 4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식당에서 음식이 맛있으면 두 손을 팔랑 거리고, 길 가다가 나오는 노래에 신이 나면 몸을 흔들 거리며 엉터리 춤을 춘다.

귀여운 동물이나 무생물 캐릭터를 보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걸곤 하고,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면 계절과 기분에 맞는 동요를 흥얼 거린다.

모두 내가 하는 행동이자 우리 엄마가 하는 행동이다.

엄마랑 비오는 날 길을 걷다가 주차장 구석에서 개구리가 울길래 "개구리 소년~ 빰빠밤! 개구리 소년~ 빰빠밤!" 노래를 불렀더니, 마치 기다린듯이 엄마가 노래를 이어불렀다.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유치원 선생님이었던 우리 엄마는, 그 직업이 정말 천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의 눈높이를 잘 맞추고 그 순수한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길 가다가 나무에게 다리 아프겠다며 말을 걸고 뒤뚱뒤뚱 걸음마를 걷는 모르는 아기를 보면 꼭 인사와 응원을 하는 엄마가 그저 웃기기만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무언가 가슴이 찡하다.

나의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 엄마랑 너무 똑같다고 느낄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곤 한다. 이런 마음과 감정, 생각을 간직하게 해준 엄마에게 참 감사하다.

그 감정을 간직하고자 적어보는 최근 엄마와의 대화.

나 "엄마, 내가 길에서 신나서 막 춤 추니까 남자친구가 엄청 웃으면서 창피하대."

엄마 "그게 왜 창피하지?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건데?"

나 "굳이 오리고기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하나 쌈으로 먹어야돼? 내가 그냥 대충 하나씩 싸먹을게."

엄마 "예쁘게 먹으면 기분도 좋고 더 맛있잖아~"

백화점에서 나오는 길에 노을이 진하게 물든 하늘이 보이는 순간, 엄마랑 나랑 동시에 "어머~~~~"

엄마 "쟤 좀 봐. 너무 다리 아플 거 같지?"

나 "누구? 아무도 없는데?"

엄마 "저기 나이키 매장 앞에 거꾸로 재주 부리고 있는 마네킹 있잖아. 여기 지나갈 때마다 너무 힘들 것 같애서 마음이 아파."

나 "엄마! 저기 엄마 친구 지나간다!" (비숑이 지나가는 상황. 엄마 머리가 비숑 같음.)

엄마 "멍멍! 어쩜 그렇게 예쁜 옷을 입었니~"

예쁘게 핀 봄꽃을 보며, 엄마 "어머~ 서로 봄이 왔다고 뽐내고있네~"


[관객의취향_취향의모임_글의궤도_연]

매거진의 이전글 무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