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의궤도

러시아인 이름

글의 궤도 1호

by 유영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러시아인들의 이름은 이름, 부칭(父稱), 성(姓)으로 구성된다. 이름은 그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예를 들어 '김태리' 중 '태리'에 해당한다. 남자 이름은 자음 혹은 반자음으로 끝나고 여자 이름은 주로 [a] 음가로 끝난다. 성도 성별에 따라 다른 어미를 쓰기는 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공유하는 것으로 '김태리'의 성씨인 '김'에 해당한다. 다만 여성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어미만 바꾸어 갖게 된다. 다른 언어에서는 보기 드문 부칭은 아버지의 이름을 어미만 바꾸어 물려받는 것으로, 이것도 성별에 따라 다른 어미로 변형된다. 러시아인의 풀네임을 보았을 때 부칭을 보면 그의 아버지의 이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라고 하면 그의 아버지의 (부칭을 제외한) 이름은 '니콜라이 톨스토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러시아어 이름의 종류는 한정적인데 이름, 부칭, 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버무리면 아주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기기 때문에 사람을 구분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듯하다. 세 요소들 중 이름 혹은 성으로만 부르는 경우, 이름과 부칭으로 부르는 경우, 이름과 성으로 부르는 경우, 풀네임을 부르는 경우 모두 뉘앙스가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이름과 부칭 혹은 풀네임이 가장 격식을 차리는 거라고 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이름을 요리조리 변형시켜서 부르는 '애칭'이라는 게 있다. 같은 이름도 어떻게 바꾸어 부르는지에 따라 미묘하게 뉘앙스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러시아인들이 정말 그 뉘앙스를 다 느끼면서 부르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예를 들어 카라마조프 가의 세 형제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는 각각 '미챠', '바냐', '알료샤'라고도 불린다. 애칭과 성은 붙여서 부를 수 있지만 애칭과 부칭은 붙여서 부를 수 없다고 했던 거 같다.


그러니 러시아인 한 사람의 이름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다면 이름, 부칭, 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부르는 애칭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러분은 러시아 소설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 인물들 이름이 나올 때마다 호칭을 꼼꼼히 정리하며 읽는다면 러시아 대문호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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