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직장 상사인 허차장이 꼭 그런 부류이다.
부장님이랑 말할 때 꼭 끼어들어서 얄미움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신스틸러 같은 존재(수탱이)..
오전부터 하던 프로그램 작업이 잘 안돼서 업체랑 통화가 길어지고 있었는데 허차장이 또 끼어들었다. '그렇게 자주 통화하면 업체가 얼마나 피곤하겠냐'며.. 내가 이것저것 해보지도 않고 전화한다고 핀잔을 줬다.
지금 이렇게 진도 못 나가고 있는 게 누구 때문인데.. 차장님 때문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그냥 꾹 참고 일을 마무리했다.
안 그래도 허차장이 말끝에 붙이는 '경력직이'라는 소리로 하루에도 몇 번씩 내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대놓고 말리는 시누이 노릇을 한다.
아직까지 그런 얘기를 듣는 내가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허차장은 그냥 날 맥(?)이고 싶어 안달 나 있는 사람 같다. 한 번만 걸려봐라 이러고..
잠깐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윗사람에게는 한없이 잘하고 아랫사람들은 한없이 무시하는 스타일이다.
입사 초기 인수인계받는 내내 주눅이 들어있었다. 한번 가르쳐줬는데 그것도 모르냐며 어찌나 핀잔을 주는지.. 목소리는 또 얼마나 큰지 내가 틀린 거 같으면 기회라도 잡았는지 사무실이 떠나가라 창피를 줬다.
'정말 그만두면 이 사람 때문이다'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본인이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절대 인정하는 법도 사과하는 법이 없는 안하무인이다.
무튼 쭈구리 시절을 간신히 벗어난 어느 날 허차장이 일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둘이 독대를 했다.
나를 위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그동안 나에게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자리인지 싶게 인격이 마구마구 밟히는 처참한 기분의 자리였다. 그리고 어김없이 경력직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동안 참아 왔던 나는 그 말에 이성을 잃고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었다. 회사를 그만둘 각오로 대들기 시작했다. '네, 이름만 경력직이에요!' 화가 나면 말발이 좋아지는지 그동안 나도 하고 싶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되면서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허차장은 당황했다. 그동안 순한 양의 모습이었던 내가 조용히 듣고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할 말을 또박또박 다하니 얼굴이 뻘게 져서는 말까지 버벅거렸다. 그리고 반박은 해야 했는지 말도 안 되는 핑계도 갖다 붙였다. 그러다가 더 이상 말하면 본인이 불리할 거란 걸 느꼈는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아무 결론도 없이..
그날 이후로 회사에서 중간 어디쯤에 조용히 살고 싶다는 내 계획은 틀어졌다. 나와 허차장의 관계도 틀어져버렸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지도 다시 그 일을 언급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은 체 서로 조용히 할 도리만 하면서 지내고 있다.
문제는 나를 괴롭히는걸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거다. 저 경력직이..라는 소리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