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다 되어서야
내 손에 연필을 꼭 쥐었다
첫 글자는
너의 이름을 적고 싶었는데
한 번도 부른 적이 없기에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다
너를 무어라 부를까
자려고 눈 감으면
떠오르는 네 생각에 밤새 뒤척이고
그러다 끄적인다
너의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
아직은 적을 수 없는 빈칸이지만
너를 알아가는 자체만으로
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이제는 하늘만 봐도
하늘에 지나가는 구름만 봐도
까만 밤 홀로 떠있는 별님만 봐도
너를 떠올린다
오늘도 다듬어지지 않는 연필을
깎고 깎아서
인내의 시간을 써 내려간다
언젠가
너를 다정히 부를 수 있고
내 인생도 거침없이 들려줄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