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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Feb 28. 2021

인플루언서와 악플 문제, 그리고 '공감대'

쉽진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은 문제


바쁘지만 틈나는 대로 크리에이터 강의를 꾸준히 다니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혹은 답이 없다고 생각하여 미디어(뉴미디어) 문제를 그냥 넘겨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일부 대안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도 늘 거론되지만 '교과서적'으로 가르치는 경우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는 경우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현실적으로 개별 선생님들의 의지와 역량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데 아무쪼록 '교과서적 교육'만으로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평소 사회 엘리트들에게 무시당하던 '게임과 유튜브'라는 저의 키워드가, 오늘날 학생들과의 소통에선 오히려 큰 무기가 되는듯하여 강의를 꾸준히 다니는 것입니다.

초중고 현장 강의를 다녀봐도 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인플루언서(유튜브, 틱톡 등)를 꿈꾸고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명세와 돈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자연스레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언어(특히 일베에서 유행하는 "~노", 요즘은 "~누" 같은 B급 문화) 등은 기본 베이스로 깔리게됩니다.

이런 현실에 일베의 심각성을 지적한다고 과연 그들이 들을까요? 대부분 전혀 듣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x선비' 취급 받지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학창 시절 '또래 집단'의 문화는 결코 무시 못 합니다. 그들 사이에서 '인싸'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개인의 의지를 부모가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를 볼 때마다 15년 전, 막연하게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당시 방송에서 비치는 화려한 모습들이 저를 프로게이머 세계로 이끌었고, 그토록 바라던 게이머가 된 후 이면에 존재하는 참혹한 현실을 맛보고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영역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막대한 수익과 인기, 자유롭고 재미있는 일상 등)만 생각하면 이보다 매력적인 직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 년 간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들을 만나며 소통을 해왔습니다. 일부는 광고비만으로도 수 백~수 천 만원을 받으며 전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가까워지고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깊은 내면에는 각자의 아픔이 존재했고, 대부분의 아픔은 '악플'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심한 경우 신상 털이, 스토킹 등으로 이어집니다)

악플로 고통을 호소해도 악플러들은 신나서 더 물고뜯고, 대다수 시민들은 무관심한 현실에 좌절하다 우울증이 온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를 다닐 때 인플루언서의 장점과 동시에 '악플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전달합니다. 단순히 "악플은 나쁘다"라는 교과서적 가르침이 아닙니다.

실제 저와 지인들이 겪었던 아픔들을 생생하게 전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일베를 하든 그런 유튜버가 되든 저도, 선생님도, 부모님조차도 여러분들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듣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 각자의 판단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 특히 모든 언행들이 '영구 박제'된다는 점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됩니다. 악플은 기본이고 심지어 가족을 향한 신상 털이까지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순간도 상당히 많습니다."

대략 이러한 이야기를 전하며 다음으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전합니다. 이처럼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연하게 인싸가 되길 바라던 학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그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몰입해 '스스로' 고민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쌤. 그런 악플러들은 처벌 안 받나요?"

즉 언젠가 악플 문제가 본인의 일이 될 수 있다고 '공감'하며 다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게 엄청난 통찰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 연예인들이 악플로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자주 있었기에 "악플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사회적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져왔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된 문제다 보니 어느 순간 '악플'이 많은 시민들에게는 다소 무뎌진 거 같습니다.

게다가 인플루언서들이 막대한 부와 인기를 누리는 만큼 "악플도 당연한 거 아니냐", "멘탈이 약한 게 잘못이다", "그냥 안 보면 된다"라는 인식도 많고,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혐오 막말, 자극적 방송 등을 하며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린 경우도 상당히 많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유명한 인플루언서(연예인 포함)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일시적'으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불거지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입니다.

그렇다고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악플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루언서와 일반 시민이 체감하는 악플의 심각성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요즘 저는 어떻게 다수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는지가 큰 관심사입니다.

이에 앞서 인플루언서들은 '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스스로가 먼저 발 벗고 나서야 하며, 선한 영향력을 통해 자라나는 청년&청소년들의 모범이 되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고, 그렇게 점차 시민들의 신뢰를 얻으며 '악플 문제'를 함께 개선해나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인데다 워낙 쉽지 않은 문제라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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