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마음에 정말 오랜만에 혼술을 간단하게 했다.
이젠 차마 "힘내시라"라는 위로의 말씀조차 못 드릴 거 같다.
이때다 싶어 조국 전 장관의 SNS를 두고 비아냥대는 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웃긴 건 막상 본인을 향한 아주 작은 오해조차 절대 그냥 못 넘어가는 사람들이 저런다는 거다.
그간 '정치'와 '전략 게임'의 공통점이 참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엄청난 차이점을 하나 깨달았다.
게임은 질리거나 짜증 나면 곧장 때려치우고 눈길도 안 줄 수 있는 반면, 정치는 오히려 그럴수록 더더욱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워낙 갈 길이 멀기에 입대 첫날 깜깜하던 군대 전역일보다도 더 막막하게 느껴지다가도 오늘날의 역사 또한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행동해온 사람들 덕분에 변해왔다는 걸 떠올리면 큰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과거에도 희생자, 기회주의자, 출세주의자 등이 치열하게 다퉜던 걸 보면 오늘날 현실을 보며 크게 좌절하거나 상처받을 이유도 딱히 없어 보인다. 원래 인간 세상이 그런 거니.
오히려 너무 큰 욕심을 가지고 당장의 성과만을 좇다 보면 누구처럼 변절하는 거라는 생각도 참 많이 든다. 그래서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긴 호흡'을 거듭 강조했던 거구나 싶다.
물론 내가 무슨 난세의 영웅처럼 역사를 바꾼다거나 세상을 뒤집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한 시민이자 청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훗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과거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후 여전히 잘나가는 동료들을 보며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시절의 나'를 두고두고 후회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힘든 시기를 어렵사리 극복한 후 자리 잡은 중요한 철학 중 하나가 '훗날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였다.
특히 요즘 정치판을 보면 답답하고 짜증나고 외면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난다. 하지만 훗날 다시는 후회하고 싶진 않은 데다 결정적으로 고생하는 일부 동료들과 시민들이 함께 있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마 지금 정치가 꼴 보기 싫으신 분들이 정말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분들께서도 조만간 다시 돌아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크게 분노한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기에. 원래 사회는 그런 분들 덕분에 느리게나마 한 걸음씩 변해왔다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