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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호랑이 Sep 09. 2023

와인 구독 서비스 왜 잘 안될까요?

큰 호랑이입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질문과 그때 답이라 생각한 것들을 적고 있습니다. 비록 나중에 틀릴지라도요. 




구독 서비스를 두 가지로 나누면, 하나는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를 멤버십으로 제공하는 것, 또 하나는 형태가 존재하는 제품을 정기배송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와인 구독 서비스는 후자인데요, 전문가가 와인을 큐레이션 해주고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와인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양질의 와인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좋은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런 좋은 메리트가 있음에도 '서비스가 잘 되고 있나?'를 되묻는다면 마냥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이 문을 닫거나 성장이 멈춘 채로 정체되어 있고, 경쟁 사업이나 후발주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문제를 알아보기 전에 큐레이션이 주는 가치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언제 큐레이션을 바라나요?


종류가 많고 선택이 번거롭고 어려운 전문 영역에 존재하는 제품들에 우리는 전문가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이 가치만 보면 와인과 딱 어울리는 상품이긴 하죠? 

그러나 그것이 정기배송이라는 형태로 구현되면 성장에 한계를 긋는 점들이 필연적으로 생기고 맙니다.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첫째,


법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한국에서는 아직 와인 배송이 합법이지 않기 때문에 사실 사업의 시작도 어렵습니다. 직접 픽업 형태로 밖에 구현되지 못합니다.


말은 그렇다 해도 실제로는 암암리에 배송은 다 해주고 있으나 법 위에서 사업이 존속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많은 사업가들이 '혁신'을 외치며 법과 싸우려고 하지만 모든 사업은 법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걸 벗어났을 때 법의 입장에서는 혁신 아니라 모반입니다.




둘째,


정기배송은 쇼핑 자체의 즐거움이 없는 상품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내가 고르는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제품의 영역은 그 즐거움을 큐레이션이 훼손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성장이 어렵습니다.


정기 배송 서비스가 잘 되는 제품을 볼까요?


쌀, 생수, 화장지, 음료 등 쇼핑의 즐거움보다는 매번 주문하기 번거로운 상품들이 많이 포함이 되어 있죠. 이 지점에서 '큐레이션'의 본래 가치인 선택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과 모순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모순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쇼핑 행위의 즐거움이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로 다가오는지와 구매 접근성을 봐야 합니다. 쇼핑 자체의 즐거움을 주지만 구매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제품들은 정기배송을 선택할만합니다. 가령 전통주가 그렇죠. 다양한 전통주는 실제로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매처가 한정되어 있고 정보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접근성이 용이한 제품은 정기배송으로 크기가 쉽지 않습니다. 와인이 그렇죠. 관점에 따라 다를 순 있겠지만 와인은 코로나 이후 구매가 어디서든 쉽게 가능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큐레이션은 결국 수수료와 중개료가 부과될 수밖에 없는데, 구매 접근성이 용이한 제품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비교가 굉장히 쉽게 되기 때문에 가격 저항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시성을 가지지 않는 '전문가의 선택'이라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셋째,


정기배송의 수익 모델은 전문적인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것보다 임대료로, 서점은 책을 파는 것보다 매대에 광고료, 호텔은 객실도 팔지만 기업의 대관 행사로 원가 대비 더 큰 수익을 벌기도 합니다.


정기배송도 마찬가지로 배송 그 자체보다는 원가를 절감하고 재고 손실을 막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즉 자신이 직접 개발한 제품을 정기배송 형태로 제공해야 훨씬 더 이익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정기배송 상품들은 1회 구매 시보다 구매 금액이 저렴합니다. 구매하는 수를 늘려서 안정적인 수익이 들어오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대형 유통 플랫폼인 쿠팡이나 아마존은 정기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자사 상품으로 개발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 쿠팡의 탐사수가 있고요, 


반대로 정기배송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직접 자사의 채널을 만들어 정기배송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하죠. 삼다수나 백산수가 그러고 있습니다.


큐레이션 이면에 정기배송의 모델이 그렇다 보니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정기구독 와인 회사들은 이런 구조로 서비스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물론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큐레이션 하는 브랜드가 아주 막강한 팬덤을 갖고 있거나 대형 수입사에서 직접 정기구독 서비스를 만든다거나 한다면 지금의 회사들보다는 매출 성장이 더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와인을 물같이 소비하는 시장이 된다면 훨씬 더 여지가 있겠죠.


지금 시점에서는 이러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서비스들이 나오지 않기에 여기서 더 극적인 성장은 없을 거라 보입니다.




주절 주절 글은 남겨놓았지만 사실 사업이 되고 말고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죠. 예측은 쓸모없고 분석은 결과론적입니다. 


사업은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보란 듯이 성공시켜 방구석에 앉아서 키보드나 두드리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한 방 먹여주는 짜릿한 묘미가 있기도 합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애쓰는 노력은 단순히 분석하고 평가하는 노력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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