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린 4차 산업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는 4차 산업혁명을 다가올 미래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앞서 우리가 살펴봤듯이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일자리들을 빠른 속도로 위협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시대는 이미 도착해있죠.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유망하다고 여겼던 의사, 약사, 변호사, 은행원, 기자, 선생님 같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직업 순위권에 올라 있습니다. 또 운전사, 캐셔, 배달원, 서빙원과 같은 저임금 일자리들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좋은 일자리 건, 나쁜 일자리 건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일자리들을 고루고루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점에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노동시간을 단축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는 전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있는 일자리를 쪼갬으로써 일자리를 늘리는 것뿐입니다. 한 사람이 10시간 할 일을 5시간씩 두 사람에게 나눠주면 일자리는 두 배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10시간 일하던 사람의 임금은 반으로 줄어들겠죠.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임금인상과 같이 얘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아무도 노동시간 단축을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시간이 줄면 그만큼 월급이 줄어들 테니까요. 이러면 결국 갈등만 생깁니다. 일자리를 가지고 있던 사람(부모세대)과 이제 일자리 시장에 뛰어든(청년세대) 사람과의 갈등만 생기게 되죠. 현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세대는 “일자리 쪼개기는 안 된다.”라고 할 테고 이제 막 취업전선에 뛰어든 세대는 “우리에게 이제 일자리를 넘겨달라.”라며 싸울 겁니다. 그렇다고 노동시간은 줄이면서 임금을 올릴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최저시급이 점차 만 원을 향해 가면서 고충을 토로하는 곳들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일자리를 쪼갤 것이 아니라 일자리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일자리라는 파이를 잘게 잘게 잘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 아니라 애초에 파이 크기를 키우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냐고요? 방법은 있습니다. 지난 산업혁명들이 그래 왔듯이 4차 산업혁명도 분명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자는 게 아닙니다. 분명 지금 당장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약 조건에 막혀 창출되고 있지 않는 일자리들이 있습니다. 전 그런 일자리들을 만들어내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일자리가 바로 타투이스트입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타투업 종사자는 모두 22만 명이라고 합니다. 국내 타투 시장 규모는 2조 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이용자 수도 1,300만 명이나 될 만큼 제법 큰 시장입니다. 국내 타투이스트들 실력 또한 굉장히 뛰어난 편입니다. 국내 유명 타투이스트는 국내 유명 배우·아이돌은 물론이거니와 해외 배우들과도 작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슈퍼스타로 알려진 브래드 피트,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맨티스 역을 맡았던 폼 클레멘티에프, 스티브 연 등 할리우드 슈퍼스타들이 국내 타투이스트들에게 타투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미 해외에선 ‘코리안스타일타투’라는 장르가 만들어질 만큼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해외에서 정상급 타투이스트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국내에선 모두 불법 노동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타투를 의료행위로 간주합니다. 전 세계에서 타투 행위를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합니다. 따라서 의사 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타투 작업을 할 경우 모두 불법행위 해당합니다. 타투한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타투샵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타투 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타투샵들은 대부분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타투이스트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오피스텔 같은 데서 하거나 간판을 내걸지 않습니다. 또 주기적으로 샵을 옮겨다니기도 하죠. 고객들도 대부분 sns를 통해 상담이나 문의를 합니다.
타투가 불법이기 때문에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투이스트들은 불법이라 부당한 고객들의 요구에도 맞춰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타투를 다 받아놓고 맘에 안 든다고 환불해달라고 하거나 다시 해달라고 하거나 같은 요구들이죠. 혹여 고객이 나쁜 맘을 먹고 신고해버리면 꼼짝없이 불법행위로 재판에 넘겨져야 할 판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부당한 요구들을 들어줘야 합니다. 불안한 건 고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딜 가도 타투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 혹여 사고가 나면 대책이 없습니다. 또 간판 하나 달리지 않은 곳에서 시술받기란 여간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타투이스트 시장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면 어떻게 될까요? 불안함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들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금껏 불법이었던 일자리 22만 개가 새로 생겨날 겁니다. 타투 시장이 합법화되면 그동안 불법으로 인해 타투이스트 직업을 꺼려했던 사람들도 신규로 시장에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타투이스트들은 더 이상 숨어서 영업하지 않을 테고 고객들도 좀 더 편하게 샵을 드나들 수 있겠죠. 22만 개의 타투이스트 일자리가 생겨나면 긍정적인 외부효과도 발생합니다. 신규 일자리가 생겼으니 보험시장, 타투 원료시장, 타투 교육시장 등에서도 부수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겁니다. 2조 원대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22만 개 이상의 일자리와 2조 원대가 넘는 시장이 생길 수 있는 기회가 의료계의 반발로 음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료계는 타투 관련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타투는 의료행위라며 반발합니다. 타투가 인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타투이스트의 영업권을 인정할 경우 다른 의료 관련 종사자들도 영업권을 부여해달라는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타투 시장을 막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반발이 타투를 하고 싶은 사람과 받고 싶은 사람 나아가 타투 산업 전체를 발목 잡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타투 산업은 우리가 법안 하나만 수정하면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셈이죠. 타투 시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일자리들은 몇 개 더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 셜록 홈즈를 읽거나 명탐정 코난을 보면서 탐정의 꿈을 키워봤을 겁니다. 제 최애 영국 드라마도 ‘셜록’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셜록을 보고 있으면 탐정이라는 직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죠. 외국에선 셜록과 같은 사설탐정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입니다. OECD 국가들 중 사설탐정 제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정보법’에 따라 탐정이란 명칭 자체를 아예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탐정 업무를 보는 것도 불법이었죠. 그래서 불법 흥신소들만 가득했던 겁니다. 그러던 와중 지난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개별법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탐정 업무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국회는 2020년 2월이 돼서야 신용정보법을 개정했습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개별법을 침해하지 않는 선’이라는 조건 때문에 탐정 업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일각에선 탐정이란 간판을 달 수 없던 과거에서 간판을 달 수 있게 된 정도의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현재 탐정이 할 수 있는 일은 교통사고 조사, 실종 가족 찾기, 소송자료 수집 대행 정도가 전부입니다. 교통사고 조사도 사건 경위를 알아보기 위한 CCTV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그 밖에도 사기 사건을 입증하려 한다던지 채무자의 은신처 파악한다던지 가출한 사람의 거주지 확인과 같은 일은 모두 불가능합니다. 변호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접촉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탐정업을 합법화할 경우 1만 5천 여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또 연 1조 3천 억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4차 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자 우리 사회 곳곳에선 자식 세대와 부모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습니다. 청년세대에게도 일자리는 중요한 문제지만 100세 시대에 50세에 은퇴하는 부모세대에게도 일자리 문제는 중요합니다. 은퇴한 부모세대에게도 재교육의 장을 열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죠.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인생 이모작은 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입니다. 매번 은퇴한 부모들에게 치킨집을 차리게 할 순 없으니까요.
탐정업을 합법화할 경우 탐정업은 퇴직한 경찰들의 제2의 직장으로도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퇴직한 경찰들이 탐정사무소를 차린다면 경찰 일의 연장선이라 전혀 모르던 새로운 업종에 뛰어드는 것보다 훨씬 더 능률이 높을 것입니다. 50세라는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실시하는 인생 이모작 프로그램은 전직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카페나 치킨집 창업처럼 비교적 개업하기 쉬운 일들에 맞춰주죠. 아니면 청소부나 경비원 같은 단순 업무 쪽으로 연계를 많이 해줍니다. 창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경쟁업체나 단가 그리고 시장조사까지 쉬운 일 하나 없습니다. 청소부나 경비원은 단순 업무인 만큼 저임금 일자리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면 탐정업처럼 은퇴한 직업과 연계된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공급하는 건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냅니다. 개인은 하던 일의 연장선이라 부담이 덜하고 사회적으론 개인들의 능률이 올라서 사회적 이익이 향상됩니다. 또 은퇴한 사람들이 새 직업을 찾아가기 때문에 자식 세대와 부모세대가 싸울 일도 줄어듭니다.
타투이스트나 탐정과 같은 직업은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직업입니다. 법을 조금만 고치면 3만 5천 여명과 3조 원 대 시장이 열릴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마사지 치료사, 보조교사, 당뇨 상담사 등 우리나라엔 없지만 해외엔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일자리 개수는 총 1만 1천 여개지만 미국 일자리 개수는 3만 개입니다.(2014년 기준) 미국 일자리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건 인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많은 규제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앞서 얘기한 타투이스트와 탐정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