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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Oct 02. 2023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6화]

 한국의 좁은 세계관 속에서도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산업이 있다.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흥행하던 한류는 201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다. 특히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최초로 아마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21년에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은 '기생충'에 이어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지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83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를 홀렸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2억 3천만 이상의 가구가 시청하고 있는데, 넷플릭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구독자 60%가 K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 인해 넷플릭스 시청 시간은 6배 늘어났다. K콘텐츠의 영향력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2023년 6월 한국을 방문해 향후 3조 3천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음악에서는 'BTS'가 연이어 기록을 세우고 있다. 2018년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자 아시안 앨범 최초로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BTS'는 발매하는 음원 족족 빌보드 차트 순위권에 오르고 있다. 'BTS' 멤버 일부가 입대하며 단체 활동 공백이 생기긴 했지만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이어가며 K팝 왕좌를 이어가고 있다. 또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뉴진스' 등도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K팝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국내 타 산업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산업(한류)은 어떻게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었을까?


 한류가 성장하는 데에는 글로벌 플랫폼의 힘이 컸다. 봉준호, 박찬욱 두 감독의 작품들은 '기생충', '헤어질 결심' 이전에도 프랑스 칸, 독일 뮌헨, 홍콩 등 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노미네이트 됐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거장들이었다. 국제영화제의 수상과 찬사는 두 감독 영화의 흥행에 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생충'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영화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실제 한국 영화 흥행 순위 탑 5에 드는 영화나 감독은 국제영화제와의 거리가 멀었다.)


 국제영화제가 한국 영화 확산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드라마 흥행에는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컸다. 전 세계 2억 3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없었더라면 '오징어 게임'은 이렇게까지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 황동혁 감독도 '오징어 게임' 각본을 2009년에 썼지만 국내에서는 잔혹한 소재라는 이유로 투자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넷플릭스는 장르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국내 제작사들이 꺼리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 앞에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넷플릭스가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제공한 덕에 넷플릭스에서는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범죄를 다룬 '소년심판', 세계적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킨 '킹덤'시리즈, 탈영병을 잡는 'DP' 등은 어떤 장르도 결국에는 로맨스로 귀결되는 기존 K드라마의 진부함을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작품의 자율성이 시너지로 작용하며 K콘텐츠가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국제영화제, 넷플릭스 등)'과 ‘창의성’이 K콘텐츠 확산의 발판이었다면 K팝 확산에는 ‘다양성’이 큰 역할을 했다. 멤버 전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BTS를 제외하면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등 3~4세대 K팝 그룹은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블랙핑크에는 태국 출신의 리사, 스트레이 키즈에는 호주 출신의 필릭스 그리고  뉴진스에는 베트남 출신의 하니가 있다. 그 밖에도 (여자)아이들에는 중국, 트와이스에는 일본, 대만 출신의 멤버가 속해있다.


 과거에는 K팝 그룹에 외국인 멤버가 속하는 게 실험적인 요소였다면 이제는 기본값이 되고 있다. K팝 그룹은 앞으로도 다국적 멤버로 구성될 것이다. K팝의 주무대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이 주무대였을 땐 한국인으로만 구성해도 충분히 시장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주무대가 글로벌로 옮겨간 지금은 다르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할수록 시장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엔터사가 깨달은 것이다. 2NE1의 산다라 박은 필리핀에서, 2PM  닉쿤과 블랙핑크 리사는 태국에서 인기가 한국의 BTS급이다. 아이돌 멤버에 다국적 멤버가 있고 없고에 따라 시장 규모가 차이가 난다. 이런데 어떤 엔터사가 다국적 멤버를 포기할까. 대형 엔터사부터 중소형 엔터사까지 다국적으로 멤버를 구성하는 이유다.


 K팝 그룹에 외국인 멤버가 늘어난다는 건 K팝 시장의 주 무대가 글로벌로 옮겨갔다 는 증거다. 처음에는 K팝 인기가 높은 일본, 중국 출신 멤버가 주로 들어오더니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호주, 미국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JYP와 하이브는 아예 미국을 주무대로 활동할 미국 걸그룹을 준비 중에 있다. 또 JYP는 2020년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일본 걸그룹 '니쥬'를 데뷔시켜 대성공한 바 있고, 역으로 '니쥬'의 한국 진출을 준비 중에 있다. 


 멤버 전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BTS는 예외라고 했지만 BTS의 활동 역시 ‘다양성’에 기반하고 있다. BTS 리더 RM은 2018년 유엔총회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RM은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말하세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의 이름을 찾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으세요.”라고 말했다. '출신, 인종, 성별 등에 관계없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RM의 메시지는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얘기였다. 또 BTS는 2022년 백악관에 초청돼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와 아시아계 포용 및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바이든 대통령과 나눴다. BTS는 전원이 한국인 멤버로 구성됐지만 그들의 행보에는 다양성이 뒤따랐다.

 

 한국의 다른 산업들과 달리 엔터테인먼트(한류)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플랫폼'과 '다양성'을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한류가 가까운 시일 내에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플랫폼'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세계 문화를 휩쓴 한류와 달리 한국의 정치는 편협하고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좁은 세계관 속에서 전 세계로 뻗어나간 한류는 어떻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될까. 그 답을 우리보다 먼저 아시아 문화를 선도했던 홍콩과 일본에서 찾아보자.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이전 0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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