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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Oct 04. 2023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7화]

 한때 홍콩 문화가 지금의 한류처럼 아시아 문화를 이끌어가던 때가 있었다. 성룡, 주윤발, 장국영 등이 주연으로 참여한 홍콩 영화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 사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부터 홍콩 영화는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고 2007년 개봉한 영화 '색, 계'를 끝으로 홍콩 영화의 영광은 사라졌다. (색, 계도 대만, 홍콩, 미국의 합작 영화로 온전한 홍콩 영화라고 할 수는 없겠다.)


 전문가들은 홍콩 영화가 몰락한 이유로 '매너리즘'을 꼽는다. 매너리즘에 빠진 홍콩 영화는 아예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다. 홍콩 영화를 생각하면 대부분 무술 영화 아니면 멜로 영화가 떠오를 만큼 홍콩 영화는 장르의 다양성을 잃어버렸다. 또 2000년대 초·중반부터 한국 영화가 흥행하기 시작한 점도 홍콩 영화가 몰락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홍콩 영화가 진짜 몰락한 원인은 정치 체제에 있다.


 1997년 홍콩은 약 150년간의 영국 식민지배를 마치고 중국에 반환됐다. 영국의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 체제 아래서 홍콩은 창작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반면 중국에 반환된 뒤로는 검열과 규제를 받아야 했다. 그 결과 홍콩 출신의 감독과 배우들의 활동이 줄어들었고 그 무렵부터 홍콩 영화도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국의 검열 제도가 콘텐츠 제작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냐면 '오징어 게임' 속의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콘텐츠에 담길 수가 없다. 또 '비밀의 숲'이나 'D.P' 같은 정부의 어두운 밑낯을 보여주는 콘텐츠도 제작될 수 없다. 중국 콘텐츠는 대체로 권선징악으로 결말을 맺거나 애국주의 냄새가 물씬 나야 한다.


 이토록 검열이 심각한 시장에서는 창의적인 콘텐츠가 등장할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중국 콘텐츠에서 표절이 자주 보인다. 중국은 '윤식당', '쇼미더머니', '효리네 민박' 등의 한국 예능 포맷을 무단으로 베껴갔다. 중국은 표절 논란이 일 때마다 의혹을 부인했지만 누가 봐도 똑같은 포스터, 포맷을 사용한다. 검열이 심한 탓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단 이미 나온 포맷 위에 올라타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검열이 심한 이유는 중국의 정치 체제에 있다. 1당 체제인 중국의 공산당은 중국 인민들에게 종교이자 신과 같은 존재여야 한다. 누구도 공산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공산당 위에 설 수 없다. 중국이 종교의 자유나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가 제작될 수 없으며, 애국주의로 귀결돼야 하는 것이다. 1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검열을 강화한 중국은 자국 문화는 물론 1980년대~90년대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홍콩 문화의 명맥마저 끊어버렸다. 표절에 급급한 중화 문화는 앞으로도 세계 문화를 선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저자 정호재 씨는 중국 문화가 한류처럼 성장할 수 없는 이유로 '프로듀스 101'을 예로 든다. 프로듀스 101은 국민이 직접 프로듀서가 되어 아이돌 스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듀서가 된 국민은 좋아하는 연습생에게 투표하고, 가장 표를 많이 받은 연습생이 데뷔한다는 점에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있었다. 프로듀스 101은 전 국민 투표라는 민주주의가 녹아든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물론 PD가 투표를 조작하는 바람에 결과가 얼룩지긴 했지만 중국에서는 처음부터 프로듀스 101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할 수 없다. 국민이 투표하는 건 중국 정치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방식대로라면 PD(권력자, 공산당)가 수많은 연습생 중에서 1등을 정해야 한다. 그런데 무슨 수로 PD가 14억 인구가 좋아할 만한 아이돌을 발굴해 낼 수 있을까?


 한국의 엔터 산업은 과거 기획사가 아이돌을 발굴했지만 최근 들어 공개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을 발굴하는 구조로 변했다. 블랙핑크에 이어 7년 만에 걸그룹을 준비 중인 YG의 베이비 몬스터는 데뷔 과정을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또 최근 K팝 걸그룹을 이끌고 있는 르세라핌, 아이브의 멤버들은 대국민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프로듀스 48 출신이다. 한국에서 매번 새로운 매력을 가진 아이돌이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중국의 정치체제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아이돌을 성장시킬 수가 없으며, 강도 높은 검열 체제로 인해 외국의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중국 콘텐츠는 당연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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