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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Sep 29. 2023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5화]

"독일도 독일이지만 유럽의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


 독일의 한 청년 정치인이 한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알다시피 유럽 국가들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유럽 연합을 형성하고 있다. 독일 사람이 프랑스로 출근하고, 영국으로 출장 가며, 휴가는 스위스나 이탈리아로 가는 게 우리에게는 특별하게 보일지 몰라도 유럽에서는 일상에 가깝다. 그러니 독일 청년 정치인 입에서 유럽의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건 지극히 당연한 얘기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독일)를 넘어 대륙(유럽)의 정치를 고민한다는 독일 청년 정치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혹은 아시아의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정치를 고민하기는커녕 되려 한국 정치는 아직도 20세기에나 논쟁이 됐던 색깔론과 민주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 정치인이 유럽의 정치를 고민한다면 독일 기업은 무엇을 구상하고 있을까? 당연히 유럽의 경제를 구상할 것이다. 유럽의 경제를 구상하는 독일 기업과 한국의 경제를 구상하는 한국 기업 간의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관점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차이가 카카오나 싸이월드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언어, 경제, 종교, 역사 등 각기 다른 국가들이 연합을 이루고 있는 복잡한 연합체이다. 영어권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각 나라별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영국은 영어를, 프랑스는 프랑스어,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는 독일어를 사용하며,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각각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유럽에서는 한국보다 영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편이긴 하지만 이들에게도 영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2외국어다.


 유럽 연합에는 경제 강국인 독일·프랑스 같은 나라들도 있지만 2010년대 들어서부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같은 나라도 있다. 2016년 유럽 연합 탈퇴를 선언한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로 가톨릭을 믿는 유럽의 다수 국가들과 종교적으로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회가 로마 가톨릭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유사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1999년 유럽 연합 가입 후보국 자격을 받은 튀르키예는 어떤가. 튀르키예는 국민 99%가 무슬림이다. 성공회와 가톨릭은 유사점이라도 있겠지만 이슬람은 전혀 다른 종교다. 한때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는 200년 넘게 십자군 전쟁을 치르기도 했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지금은 연합을 형성하고 있지만 과거 유럽 국가들은 앙숙 관계였다. 영국과 프랑스가 치렀던 100년 전쟁,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나폴레옹,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 등 유럽의 전쟁은 세계 1차·2차 대전을 겪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처럼 유럽의 국가들은 언어, 경제, 종교, 역사적으로 각기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유럽 연합을 형성할 수 있었던 건 예나 지금이나 유럽의 정치를 고민하는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 경제, 종교,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유럽 연합을 형성하게 되자 각국의 기업들은 유럽 대륙을 시장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 정치는 남한 밖으로 뻗어 나가지 못했다. 북한이나 중국과의 교류를 추진하면 보수정당에서 색깔론을 펼친다. 반대로 일본과 교류의 물꼬를 틀려고 하면 진보정당에서 역사관을 들이민다. 그렇게 한국 정치는 남한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웃 국가와의 정치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보니 기업이 바라보는 시장도 한국으로 줄어들었다. 또 국민들은 해외여행, 유학, 워킹홀리데이 등 해외로 나가는 걸 대단한 도전처럼 여기게 됐다.


 싸이월드와 카카오를 비롯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대한 마인드가 부재하거나, 해외 시장 진출을 두려워하는 것은 기술이 부족해서거나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과 세계관을 형성한 정치 때문인 것이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이전 0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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