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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Sep 17. 2023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③화]

시대를 앞서 나갔던 SNS, 싸이월드

 개인적으로 SNS 역사상 가장 위대한 SNS는 싸이월드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싸이월드의 진가를 재발견하곤 하는데 곱씹어볼수록 대단한 SNS였음을 느낀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아바타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였고, 도토리는 가상화폐 역할을 했다. 또 BGM은 릴스에 깔리는 노래 역할이었으니, 도대체 얼마나 앞서나갔던 SNS였던 걸까?


 내가 처음 페이스북을 접했던 건 2005년이었다. 그때 사귄 외국인 친구가 페이스북 친구를 맺으면 온라인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며 페이스북 가입을 권유했다. 페이스북의 첫인상은 너무 허접했다. 당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페이스북은 엉성한 디자인에다가, 담벼락에는 무슨 재미로 글을 남겨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SNS였다.


 대신 친구에서 싸이월드를 소개해줬다. 아기자기한 미니홈피, 아바타 꾸미기, BGM을 틀 수 있는 싸이월드에 외국인 친구의 눈이 빛났다. 한껏 우쭐한 나는 "이게 한국 SNS"라며 페이스북 대신 싸이월드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싸이월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SNS에 밀려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서비스는 중단·재개를 반복하더니 지금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현재 싸이월드는 리뉴얼을 위해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반면 페이스북은 세계 최고의 SNS가 됐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페이스북은 사명도 '메타'로 바꿨다.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또 최근에는 스레드를 출시하며 트위터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시대를 앞서 갔던 싸이월드는 왜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SNS로 성장하지 못한 채 역사 뒤로 사라져야 했을까?


모바일 버전으로 전환했어도 싸이월드는 실패했을 것.

 당시 전문가들은 싸이월드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변화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PC 기능이 모바일로 이전되고 있었지만 당시 싸이월드는 PC버전을 고집했다. 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그 변화를 읽고 재빠르게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SNS로 자리 잡았다.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 싸이월드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겠지만 설령 싸이월드가 그 변화를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SNS로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에게 싸이월드 가입을 권유했지만 외국인 친구와 나는 일촌을 맺을 수 없었다. 싸이월드의 독특한 글로벌 네트워크 방식 때문이었다. 당시 싸이월드는 각 국가별로 서비스를 운영해 다른 나라 싸이월드 이용자 간의 일촌을 맺을 수 없었다. 한국은 한국 사람끼리,  미국은 미국 사람끼리만 일촌을 맺을 수 있었다. 이런 네트워크 방식을 유지했으니 모바일로 전환했더라도 글로벌 SNS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를 맞이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외국인 친구와 소통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야 했다.)


 싸이월드와 카카오 사이에는 약 20년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국내 최고 SNS 기업이 해외 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소통이 불가능했던 싸이월드나, 국내·외 이용자 간의 보상을 달리 한 카카오나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마인드가 부재한 건 마찬가지였다. 


 대기업도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데 중소기업이라고 있을까. 국내 앱 스타트업 대상으로 "우수한 앱들이 많은데, 왜 글로벌 버전 출시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도대체 왜 한국 기업은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리지 않는 걸까?


치킨게임 이어가는 치킨업계.

 최근 해외에서는 한국 치킨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Kentucky Fried Chicken의 약자인 KFC가 Korea Fried Chicken로 바뀔 정도로라고 한다. 그런데 국내 주요 치킨업계의 해외 진출 성적은 초라하다. 국내 치킨업계 1위인 bhc가 보유한 해외 매장은 고작 7개에 불과하다. 치킨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교촌마저 해외 매장은 67개뿐이다. 그나마 BBQ가 해외 7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2022년 해외 사업 매출액은 175억이었다.


  2019년을 기준으로 국내 치킨 매장 수는 8만 7천여 개였다.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 3만 8천여 개 보다 2배 많은 수치였다. 국내 치킨 업계 간의 경쟁은 말 그대로 치킨게임(극단적 경쟁을 뜻함)이다. 그런데도 치킨업계는 국내 시장에서의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비단 IT, 치킨업계만이 아니다.


 해외 시장 진출에는 당연히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문화도 다를 것이며, 이미 자국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린다. 반면 한국 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거나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인식 자체가 부재하다.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과 소극적인 한국 기업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이전 0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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