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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Sep 14. 2023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②화] 

혁신 그 자체였던 카카오.

 카카오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던 때가 있었다. 카카오가 건드리는 사업마다 혁신 그 자체였다. 근 10년 새 카카오만큼 성장한 벤처기업은 없다. 2011년 매출액 18억이었던 카카오는 10년 새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드는 거대한 그룹으로 성장했다. 주식 시장에 상장한 그룹만 모두 4개다.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는 혁신 자체였다. 카카오가 등장하자 모두가 "문자 시대는 끝이 났다"라고 평가했다. 문자를 보낼 때마다 돈을 내야 했던 그 시절 카카오의 등장은 메신저 서비스 시장의 혁신, 아니 혁명과 같은 존재였다. 카카오톡은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당시 스마트폰 가입자가 400만 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였다. 가파른 성장에 오늘날 카카오는 전 국민이 가장 많이 쓰는 앱 1위가 됐다.


 전 세계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는 '왓츠앱'이었다. 2009년 개발된 왓츠앱은 유료 서비스였으며 무엇보다 단체 채팅이 불가능했다. 반면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에다 단체 채팅이 가능했다. 왓츠앱이 무료로 전환한 건 2016년에 와서였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가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가져도 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건 '왓츠앱(2014년 메타가 인수)'이다. 왓츠앱의 전 세계 사용자는 20억 명인 반면 카카오톡은 한국에서나 사용되고 있다.


 2013년 보도를 보면 카카오톡의 글로벌 사용자 수가 1억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그러나 그 뒤로 카카오톡의 글로벌 사용자 수가 더 늘어났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글로벌 사용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2분기 카카오톡의 해외 MAU(월간 실시간 사용자 수)는 579만 명으로 2021년 동기(718만 명) 대비 19.2% 감소했다. 2013년 1,480만 명에 달했던 해외 MAU는 10년 새 반토막으로 줄었다.


 왓츠앱과 카카오톡은 동시대에 출범했다. 카카오톡은 무료, 단체채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왓츠앱보다 더 나았다. 그럼에도 10년 뒤 사용자는 왓츠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두 기업 간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자본, 인구 등 차이점은 분명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내가 주목한 건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자세였다.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자세.

 2022년 6월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유니버스'를 제시하며 "카카오는 대한민국 5천 명을 넘어 50억 명의 전 세계 이용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또 한 번 카카오의 혁신이 빛날까 기대했지만 50억 명 이용자를 목표로 한다던 카카오의 글로벌 마인드는 얼마 못 가 민낯이 드러났다.


 2022년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 서비스가 이틀간 중단됐다. 카카오톡 서비스만 이틀이었지 카카오 계열사들의 서비스 복구까지 더하면 6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카카오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각종 보상안을 발표했다. 특히 무료 이용자에게까지 이모티콘, 톡서랍 이용권 등을 무상 보상한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톡서랍 이용권이 사용 기간 후에 자동결제되도록 설정해 비판을 받았지만 무료 이용자에게도 보상한 점은 훌륭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카카오는 무료 이용자에게도 보상한 전례는 없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해외 이용자는 쏙 빼놓았다. 보상안은 오직 국내 이용자에게만 적용됐다. 해외 이용자도 국내 이용자와 똑같이 카카오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음에도 보상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불과 화재 발생 4개월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이용자 50억 명을 목표로 한다는 카카오였다.

 

 해외 이용자에게 보상안을 제공하는 절차나 방법이 국내 이용자보다 더 어렵고 까다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전 세계 이용자 50억 명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해외 이용자를 보상안에서 배제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해외 이용자를 차별하는 카카오가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보상안 대처만 놓고 보면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 따위는 전혀 염두하지 않는 기업처럼 보인다. 


 카카오의 대처가 아쉽지만 굳이 잘잘못을 따져본다면 그 원인은 카카오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국내 기업이 카카오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카카오처럼 행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해외 시장 유저를 배제했다기보다는 ①화에서 말한 것처럼 세계관이 한국으로 국한된 국내 기업들은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유는 차차 얘기해 보기로 하고, 카카오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개념 부재로 혁명 같은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을 하나 더 살펴보자.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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