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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Sep 11. 2023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①화]  

 과거 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청년들이 만든 어플리케이션(앱) 중에는 뛰어난 것들이 많은데, 왜 글로벌 버전 출시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인상 깊게 들은 적이 있다. 훌륭한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넓히지 않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가지고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건 비단 앱만이 아니다. 


 구글, BMW, 월마트,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한국 기업의 점유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구상에서 구글이 검색엔진 점유율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23년 8월 기준으로 네이버가 58.14%로 1위를 차지했고, 구글이 32.01%로 2위에 올랐다. 점유율 80%대에 달했던 2010년대와 비교하면 네이버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구글이 이렇게 고전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카카오톡은 수년째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1위에 올라있다. 2023년 7월 카카오톡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4,155만 8,838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유튜브와의 차이는 고작 40만 명에 불과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유튜브 위상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비단 IT업계 만이 아니다. 일찍이 월마트, 까르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유통 기업이 한국에 진출했지만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유통 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BMW,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한국에 진출했지만 현대차그룹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72%로 2위인 애플(21%)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그만큼 한국 기업이 능력면에서나 기술면에서나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선을 세계 시장으로 돌리면 차이는 극명하게 갈린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2%로 애플과 1, 2위를 다툰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6%로 GM, 도요타, 포드 등에 밀린 4위다.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93%로 압도적인 1위다. 네이버의 순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네이버에 밀려 한국에서 철수한 야후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3위에 올라있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지만 전 세계인들은 스냅챗,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DM 등을 훨씬 더 사용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아니라면 카카오톡의 존재조차도 모를 것이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기업에 밀려 철수하거나 만년 2위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건 한국 기업의 실력이 우수함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에서 만큼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원인이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외국인 투자자의 말에 있다. '한국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지 않거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 물론 삼성, LG, 현대차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카카오, 쿠팡 등과 같은 일부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다. 마켓컬리, 당근마켓, 쏘카 등 국내 유니콘 기업들도 해외 사업이 전무하거나 미약하다. 그렇다면 왜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전하지 않는 것일까?


 ‘도전하지 않는다’라기보단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좀 더 알맞은 표현일 것이다. 대다수의 한국인은 해외에 대한 로망을 갖고 산다. 유럽 여행이 버킷리스트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둔 리스트를 뜻하는데 유럽 여행이 뭐라고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나 될까.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던 시절도 아니고,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해외 여행이 한국인의 버킷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건 그만큼 한국인의 머릿속에 해외는 미지의 세계란 뜻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미지의 세계이다 보니 선뜻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외여행에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또 질문이 생긴다. 그럼 왜 한국인들은 외국에 대한 로망이 생겼을까? 오랜 기간 단일민족(사실 우린 단일민족이 아니다.)으로 살아온 것, 늦은 문호개방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로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다. 낡은 이념과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힌 기성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사회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의 세계관은 한국 밖으로 뻗지 못한 채 한국으로 국한됐다. 그 결과 글로벌 기업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마인드를 잃게 됐다.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기성 정치는 한국 국민과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하나씩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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