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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Aug 09. 2017

2016년 청년들은 왜?

"정유라의 부정입학"

2016년 겨울, 광장은 민주주의의 터이자 시민들의 광장이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광장에 모여 한 목소리를 냈고, 광장의 촛불이 꺼진 후에는 SNS에서 촛불을 이어갔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청년들도 광장으로 모였다. 정알못, 정치에 ‘정’ 자도 몰랐던 친구들이 집회에 나간 소식을 SNS에 공유하는가 하면, 지금도 정치라면 머리가 아프다는 친구도 페이스북에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서 올렸다. 


무엇이 이토록 정치에 관심 없는 청년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했을까? 

기존 시위에서 볼 수 없었던 문화제? 예술인들의 퍼포먼스? 유명 가수들의 무대? 물론 이런 것들도 한몫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청년들의 피부에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정치는 내 삶과 관련 없어.', '정치가 밥 먹여주냐?'라고 생각했던 청년들의 생각이 '어?! 이건 아닌데', '어라?! 이것 봐라. 공부를 안 해도 명문대에 입학을 하네? 뭐지?' 이렇게 바뀌면서 정치가 내 삶을 좌우한다는 걸 처음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교통비, 식비, 월세, 연애, 결혼 등 대다수가 정치와 관련이 있다. 우리의 삶에서 정치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만한 게 없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이 그동안 개인의 문제를 사회구조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탓으로 돌려왔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면 고용주에 맞서 싸우거나 신고하지 않고 그저 '그만두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임금이 낮은 이유를 '내가 더 공부하지 않았고, 내가 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결론을 짓곤 했다. 비용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것을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돌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본 또래 청년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사회 문제로부터 분리시켜 개인들의 문제로 보곤 했다. 연애를, 결혼을, 출산을 포기하는 고민을 한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명백한 사회문제다.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이 모든 문제들을 모두 '내 잘못'으로 귀결시켜왔다.


그러던 중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이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던 청년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가 비선 실세면 대학도 마음대로 갈 수 있다. 2017년 대한민국은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이건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 준비를 해봤다면 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수능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 고등학교 3학년 때 누구나 열심히 공부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얻기 위해 밥 먹으면서 단어를 외웠다던가, 자는 시간을 줄였다던가, 친구에게 물어봤다던가,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던가 하는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유라가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한 나의 지난 노력을 처참하게 짓밟은 것이다. 대한민국 만연에 불신이 퍼져있었지만, 대학 입시시험만큼은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진 것이다.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공부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는 명제가 깨지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엄마가 최순실이었기 때문에 이대 입학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고등학생들이 벌 떼처럼 일어났고, 청년들은 분노했다. 그만큼 부정입학 논란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문제였고, 청년들은 더 이상 자기탓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분노하고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청소년, 청년들의 삶을 건드린 것이다.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20대들이 지난 촛불집회에 많이 참가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었다. 그때마다 대답은 똑같았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20대의 삶을 건드렸고, 우리는 이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개인의 잘못은 없다.
연애가 부담스럽고, 결혼이 고민이고, 출산이 망설여진다면,
사회가 무언가 자꾸 포기하라고 한다면.
그건 대한민국의 잘못이다.

프롤로그 "정치는 볼드모트가 아니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0 

우리가 개새끼라고? 왈왈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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