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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Aug 14. 2017

춤추고 싶으면 홍대 클럽 갈게요. 정당은 아니네요.

"정당에서 청년을 찾습니다. 다 뻥인 거 아시죠?"

"청년을 찾습니다!", "청년을 위한 정당이 되겠습니다!", "청년문제 해결하겠습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들리는 구호다.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정치인으로서 정치권에서 청년을 찾는 목소리를 어떻게 보냐?"라고 묻는다면 시원하게 대답 한 번 하고 싶다.


"그거 다 뻥입니다!"

그냥 다시 정치권에서 청년을 찾는 시즌이 다가온 것뿐이다. 정치권에서 청년을 찾는 것은 일 년에 몇 번있는 연례행사와 같은 거라 그저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기특할(?)뿐이다. 불안정한 현실과, 막막한 미래를 앞두고 처음 정치권이 청년을 주목했을 땐 고마운 마음이 컸을 것이다. 한 학기 등록금을 내려면 한 학기를 휴학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 많은 정치인들이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걸었으니 얼마나 고마웠을까. 그러나 이 공약은 말 뿐인 공약으로 10년을 넘게 그저 공약으로만 남았다. 2007년 대선 한나라당 5대 입법 과제에 반값등록금이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8번의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던 공약이었으니, 매 선거 때마다 지켜졌다면 한 학기 1,000만 원인 등록금은 무상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고마움으로 시작했던 정치권에서의 청년 찾기는 이제 분노가 되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의 청년팔이 쇼가 개막했다. "청년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 고는 하지만 장담하건대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들은 또다시 춤추는 들러리가 된 자신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추측이 제발 내년엔 틀렸으면 한다.)

"우리 정당은 청년을 맞이할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다. 다만 청년들이 오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기존 정당의 당직자들을 여럿 봤다. "왜 안 갈까? 아마 그런 말을 한 본인들 빼고는 모두가 답을 알 것이다."

답은 뻔하다. 그저 말 뿐인 허울이기 때문이다. 청년을 찾는다면서 불러놓고 막상 선거 때면 춤만 시키는 게, 그동안 정당에서 청년을 바라보던 시선이 아닌가. 지금 5개 정당 안의 청년위원회 중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위원회가 있나? 인사권을 포함한 여러 권한들과 예산이 청년위원회에 보장되어 있기는 한가? 권한과 예산이 0(제로)인 위원회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지금의 청년위원회가 각 정당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제로다. 더도 덜도 아닌 0.


그럼 왜 정당은 청년을 찾는 걸까? 더도 덜도 아닌 0이기 때문이다. 잘만 포장하면 투자 대비 소득이 높고, 효과가 없으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혹 "청년들이 미래이기 때문에 정당이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대답을 듣는다면 속으로 욕 한 번들 하시라. "미래는 무슨 미래. 미래에 단 1도 투자하지 않는데 그게 무슨 미래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청년이 정당으로 올까? 자리를 주면 된다. 부대변인, 어느 위원회 위원장 말고.  

당대표 자리. 국회의원 자리. 도지사 자리. 구청장 자리. 도의원 자리. 시의원 자리. 구의원 자리.

못 주겠다면 조용히 있으면 좋겠다. 괜히 청년을 위한 정당 되겠다고 여러 마음 흔들지 마시고. 대한민국 2030 청년유권자 비율은 전체 유권자 중 30%를 넘었고, OECD 평균 40대 미만 국회의원은 19%인데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 청년의원은 몇 명이나 있을까?. 1%도 안 되는 2명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비례후보들을 사실상 비례대표 당선권 밖으로 배정하지 않았나. 이게 현실이다. 정당은 청년을 원하지 않는다.

기존 정당의 청년팔이는 이제 그만 멈췄으면 한다. 할 거면 진짜 정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청년에게 달라.


청년을 찾겠다는 이 뻥 뒤에 숨겨진 실낱같은 희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싶다.

청년정의당을 만들겠다는 정의당과 청년들을 우선 선발하겠다는 바른정당의 약속이 지켜졌으면 한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정당에서는 청년들이 마음껏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중 하나가 당 내외 선출직에 청년 할당을 50% 초과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청년들이 여기에 와서 정치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극우정당에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에서, 여당에서 청년의 몫을 해야 한다. 진심으로 다른 정당에서도 청년이 진짜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을 찾는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내년 지방선거는 청년의 판이되길 바란다. 더 이상 청년을 팔지도, 춤추는 들러리로 세우지 않길.


춤을 추고 싶으면 홍대 클럽으로 갈게요. 제발 정당에서 춤추라고 하지 마세요.

프롤로그 "정치는 볼드모트가 아니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0 

우리가 개새끼라고? 왈왈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2

2016년 청년들은 왜?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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