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오! 좋다.
김성희
내가 많이 쓰는 표현은 '아니,근데'와 '오! 좋다'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언제 쓸까? 무언가 다툼이 있을 때, 특히 오빠와 말 다툼이 있을 때이다.
오빠는 성인이고 나는 아직 어린애. 오빠가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 입에서 툭. "아니, 근데~!" 하는 말이 나와버린다. 난 인정을 못 하겠고 이해가 안 되니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 인정하고 스스로 나의 행동의 올바름과 못됨을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이 말을 나의 비판적인 태도와 고집에서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보통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을 때, 잠잠히 지나가길 원할 때에는 그냥 인정해버리는게 낫다고 판단한다. 나도, 또는 나만 손해인 걸 알기에.
"오!좋다"라는 표현은 주로 긍정적인 상황일 때 많이 쓴다. 이것은 친구와 대화를 할 때 쓰는데, 좋은 생각이면 나오는 말이다. 점점쓰다보니 습관이 되었고 나의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데 쓰이는 말이 되었다. 풀어서 쓴다면 '난 너를 좋게 생각해, 좋은 생각이야. 멋지다!'와 같은 뜻이 되었다. 오늘 친구와 시내를 가서 놀다 온다고 가정해보자. 난 이 친구과 친하게 지내고, 함께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래서 난 오늘이 정말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친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말하든 좋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행동이 눈에 걸리는 게 없지 않다? 그렇다면 바로 비판적 태도가 들어가서 '아니 근데'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신기하기도 하지. 내가 자주 쓰는 말이, 전혀 달랐던 두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이러한 내 경험을 말해보자면, 나와 가깝게 지내고 절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있었다. 난 그 친구와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밥도 여러 번 같이 먹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친구와 날 이어주던 하나의 '동아줄'이 하나의 날카로운 '가위'로 인해 그렇게 쉽게 끊어질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이전에도 약간의 다툼이 있었지만 이때만큼 크지능 낳았다. 그날은 친구와 함게 신청했던 'wee class'(즉, 학교 안의 작은 상담소)를 하는 날이었다. 선생님께서 친구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돌아가며 이야기해보라고 하셨다. 난 친구를 소중하다고, 곁에 항상 남아주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바로 다음 차례인 그 친구는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 애가 친구에 대한 상처가 많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난 '배신감'과 '당황함'을 먼저 느끼고 마지막으로 '서운함'과 '속상함'을 느꼈다. 1차적으로 하나의 날카로운 가위가 튼튼하게 엮은 동아줄을 마지막 두 줄을 남기고는 끊어버렸다. 기대한 것이 없지 않았기 떄문일까. 당황함을 숨기고 일단 활동을 끝냈다. 그러고는 속상했다. 그리고 내 맘속 울렁이는 덩어리 하나가 생겼다. 좋게 끝난다면 사라질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다면 점점 더 커질지도 모르는, 가위에 묻은 의심덩어리가.
그날 밤 SNS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또 다른 친구와 함께하는 사진과 행복하다는 문구와 같이. 친구에 대해 모르겠다던 그 애가. 그렇다면 나와 있을 때도 즐겁지 않았던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날 당연히 여긴 것 같고 좀 상처가 된 날이었다. 그리고 확인사살을 하듯 가위가 다시 나타나 두줄 중 한 줄을 끊어버렸다. 남은 한 줄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끊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며칠 동안 가위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거의 끊어지던 와중에 오해를 풀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그저 '마주친다면' 인사만 하는 사이라고 할까나.
이렇듯 '오!좋다.'라고 말하다가 어느 순간 '아니, 근데'라며 생각하게 되는 날이 있다. 그냥 지나가는 싸움이 의심과 외면, 속상함과 배신감이 모이고 만나 쌓이게 된다면 다시는 싸우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 말은 나의 곁에 있는 사람이 점점 더 멀어져간다는 말이다. 혼자가 편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그럴까. 곁에서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당장은 시원치 않고 싫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나간다면 금세 외로움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그를 찾을 수도 있다. 원래 사람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만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돈이 많은 사람, 장기가 많은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이 있는데 만약 나 자신이 잘하는 것도 없고 비교만 된다면 생각해 보기를. 나에게는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고 그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신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시야를 넓게 본다면 여러 사람 중 나를 좋아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만약 사람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나중을 위한 거름이다. 나중이 있다면 거름, 즉 처음은 중요하니 열심히 살아 멋진 거름을 만들어보자.
당신이 자주 혹은, 많이 쓰는 표현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말인가요? 아니면 부정적인 말인가요? 혹시 비속어는 아닌가요? 나도 소중하지만 그 사람도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길 바랍니다. 만약 약자를 위해 하는 말이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무엇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 표현은 당신의 의지이고 부정적이거나 비속어라도 어쩌면 충분히 좋은 의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당신이 선택하고 만들어나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로 인해 잘잘못을 따지는 상황이 온다면 모든 것을 당신의 탓으로 돌리진 마세요.(물론 누구든지 탓을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요) 당장은 편해도 누가 지었든 잘못은 뒷감당이 있기에 잘못을 당신에게 돌린다면 당신이 그 뒷감당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 뒷감당은 내가 합시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