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느껴지는 소소한 기쁨들
박수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일을 적는 것이 과제라고 했을 때 나는 살짝 의아했다. 갑자기 내가 사랑하는 일이 무엇이냐, 그것도 이 용지 한 페이지 분량을 적어와라 했으니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난 학교에서도 국어 시간에 글쓰기에 소질이 없어 기말고사까지도 망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마음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몇 가지 사랑하는 일들이 없지 않아 존재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일···.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일은 별거 없었다. 그저 일상에서 동생과 수다 떨기/ 엄마랑 대화하기/ 친구들이랑 놀러가기/ 가족여행 가기 등이 있었다. 나에겐 일상에서 그저 느껴지는 소소한 기쁨이 아닌 '이렇게' 느껴지는 소소한 기쁨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가장 사랑하는 나의 일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순간 또한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순간까지 관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순간'이라고 표현했을 때 '한 때의 기억'이라는 문장이 떠올랐기에 나의 머릿속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했다. 머릿속에 이 질문을 던져놓았을 때 나온 답변들은 '가족들과 제주도에 여행을 갔을 때 바닷가로 가서 파도를 구경한 것,', '동생과 수다를 떨며 신나게 웃다가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은 것.', '썸남과 장난치며 논 것' 등이 있었다. 또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그때의 소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따스하고 포근하기도 하다. 내가 이런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를 띠고 마음이 보드라와진다는 것은 내가 진정으로 이 이야기, 이 기억, 이 순간들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순간들이 나에겐 사랑이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일, 사랑하는 기억, 사랑하는 순간은 하나쯤 있을 것이다. 슬픈 순간이 있어 우울한 사람도, 분한 감정이 있어 분노 속에 살아가는 사람도. 슬픈 순간이 있는 사람은 사랑하는 순간들을 해칠 정도로 상처를 입은 것일 테고, 분노에 살아가는 사람은 사랑하는 순간이 위협 등을 받아 화내며 사는 것일 테다. 그러나 가끔은 나 자신을 위해 안정을 주며 내가 좋아하는 활동 등을 하면서 내가 사랑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행복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