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박수현
나는 '근데 이제'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문장과 문장을 이어서 설명할 때 '근데 이제'라는 표현이 적합하고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랄까. 친구와 하교하면서 폭우가 왔을 때 종아리까지 빗물이 차올랐던 썰을 풀 때도, 친구들과 교회 수련회에서 밤을 새며 무서운 얘기를 할 때도 나는 "~한 일이 있었지. 근데 이제 ~하기도 했는데" 하는 식으로 문장을 잇는다. 그래서 이 단어 '근데 이제'라는 표현을 쓸 때 입에 착 붙어버려서 이 단어를 왜 쓰는지, 이 단어에 어떤 의미를 담고 설명하는지 등은 나도 모르고 그냥 말하게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와 하교를 하던 하늘이 흐린 날 먹구름을 보며 폭우 때의 일이 탁 떠올랐다. 그래서 친구에게 그때의 일을 들려주며 하교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때 완전 폭우 와서 쏟아졌던 날 완전 다 침수됐었잖아? 근데 이제 난 그날 칼국수를 먹고 있었단 말야. 그래서 거기가 지하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이렇게 '근데 이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했고, 얼마 전 여름인 교회 수련회 날 친구들과 텐트 안에서 비밀스럽게 무서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어떤 학생은 꿈을 꿨는데 미술관이 있는거야. 근데 이제 거기엔 복도가 있었는데~"이렇게 또 그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나도 모르게 사용되어 자취를 감추고 있던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라는 표현이란 '그런데'라는 표현의 준말로 화제를 앞의 내용과 관련시키면서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이 근데라는 표현을 쓰며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내 말을 듣는 사람들도 경청하면서 듣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 테다. 또한 근데 뒤에 붙은 '이제'라는 표현이란 바로 이때, 지나간 때와 단절된 느낌을 주는 말이라고 한다. 이 이제를 쓰는 이유 또한 같다. 사람들이 내 말에 경청해주고 잘 듣고 있나 확인하고 싶어서인 듯도 싶다.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이런 '근데 이제'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타인이 내 이야기에 집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내 말에 경청하고 있나 확인차 또는 궁금해서 그랬던 나의 자주 쓰는 표현인것이다. 이렇게 타인이 나의 말에 경청하길 바라듯이 나도 타인의 말에 경청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