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일을 하는 도라, 마소의 소식
무소식은ㅡ
무지랑을 기점으로 사람·커뮤니티·장소 등 주체적 청년 생태계 소식을 담아냅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당연한 것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무소식 0호 티이-져 : 무중력지대 성북을 지키고 채웠던 당연한 것들
무중력지대는 청년을 구속하는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무중력지대 성북@아리랑고개(이하 무지랑)는 청년의 시민력을 키우는 사회적 마당 그리고 동료를 만나는 시민의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무지랑 사무국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도라와 마소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무중력지대 성북(무지랑)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도라 저는 성북에서 8년째 살면서, 일하면서, 활동하면서 지내고 있는 도라라고 해요. 무중력지대에서는 센터장으로 이래저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올해) 초반에는 '안 바쁜 것 같은데 왜 바쁘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뭔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거나 실질적으로 보이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최근에 느낀 것은 다른 멤버들이 사업을 진행할 때 저는 무중력지대 성북의 전체 그림을 살피는 사람이구나 했어요. 그러다 동료가 필요해 하는 순간에 투입돼서 빈틈을 채우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마소 회사에서는 총괄 매니저라는 직함이 있긴 하지만 제가 지향하고 생각했던 건 ‘이 공동체가 1년간 많이 와해되지 않고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것’이에요.
갑자기 하루아침에 멤버십데이 밥친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당일 공지하기로 했던 날 갑자기 하지 말라고 (서울시에서) 지시가 내려오고.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이 처음이니까 '옆에서 잘 정리하고 도와줘야 하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란 생각을 종종 해요.
(저랑 도라는) 붕어빵으로 치면 머리와 꼬리? 배는 이제 다른 동료들이죠.
무지랑은 어떤 공간인가요?
도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언제든지 가도 배척당하지 않는 공간, 내가 받아들여지는 공간, 어떤 모습으로 와도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마소 장소의 모습이 계속 바뀌고 성장하는 모습을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
리를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오늘(6월 26일)이 마침 무지랑의 개관 기념일이잖아요. 무지랑이 2살이 되었어요.
2년동안 외부로 보이는 사업이나, 내부 운영면에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마소 일단은 센터장님이 새로 취임을 하셨죠.(웃음) 저는 그 색깔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멤버들은 동일할 수 있어도 그 키를 들고 있는 사람에 대한 색깔이 많이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색깔을 좀 많이 갖지 않았나 싶어요.
도라 내부적으로는 일하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고용 안정, 그리고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했죠. 일하는 조직이 안전하다고 생각을 해야만, 안전한 사업이나 심리가 잘 반영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문화를 내부적으로 계속 만들고 싶어 했고,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전의 무지랑은 (사업적으로) 굉장히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었다면, 3년 차에 접어들면서는 안정을 더 추구할 수 있게 되었죠. 우리의 삶을 잘 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멤버들이 다 알고 있어요. 열심히는 하지만 나를 완전하게 갉아먹게 하지는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죠.
마소 '이렇게까지 일하는 게 너에게 너의 삶에 도움이 될까?'라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일이 만약에 없어지면 너의 삶에 뭐가 남아?' 이런 것을 물어보기도 해요.
일이 만약에 없어지면 너의 삶에 뭐가 남아?
안전한 일터이려면 꼭 필요한 조건들이 있을까요?
도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좋다, 싫다,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그리고 일을 진행해 나갈 때 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조직이 안전한 곳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소 내 불편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되는 것 같아요. 좋고 싫음을 얘기했을 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조직으로 운영해야 되지 않을까요.
도라 어쨌든 저랑 마소는 경력이 있잖아요.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위기가 있을 때 언제든지 편하게 말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멤버들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인지에 대한 고민과 경계는 계속 있어요.
우리는 어떤 문화를 가진 조직이 되어야 할까?
도라 우리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면 좋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계속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우리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우리가 각자의 역할로 움직이면 좋겠는데 그 역할들이 잘 발휘되고 일이 잘 되고 일이 효율적으로 되는 조직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그런 조직은 어떤 조직문화가 있어야 되는지.
마소 제가 출퇴근부 관리를 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건 (업무가 시간 동안에) 이 친구가 할 수 있는 양인지, 지금 하고 있는 야근의 사유는 뭔지에요. 그러면서 일에 대해서 쉬라고 말을 하는데, 난 일이 진짜 많은데 자꾸 쉬라고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프로젝트 매니저들에게 '이거 좀 줄이는 거 어때?’, '저거 조금 줄여 보는 거 어때?'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는 (이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 본인도 (불필요한 것인지) 알면서도 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PM들에게 충분히 우리 사업이 잘 되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면서 모든 동료 개인의 삶이 잘 영위될 수 있도록 눈 여겨보며 제안을 하려고 해요.
도라 옛날에는 저희가 몸빵 했었잖아요. 이제 몸빵 하지 않고 대신 돈을 써요.
마소 포스터 본인이 만들지 마, 뭐 이런 거요. 저희가 작년 2019년도에 처음으로 디자이너에게 돈을 줬어요. 예전에는 각자 사업은 자기가 디자인하고 홍보했었죠.
지역에서의 무중력지대 성북의 역할은, 서울시 공간으로서의 무중력지대 성북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도라 18, 19년도에는 무중력지대 성북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는 사업을 주로 했어요. 2019년도에 ‘밥친’이라는 사업이 생기면서 낮은 문턱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지는 않아도 내 옆에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무중력지대가 이용되는 첫 계기가 된 게 ‘밥친’이었어요. 2020년에도 그런 사업들을 좀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청년 공유자산인 무중력지대를 진짜 청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용자 운영 위원회’ 같은 것도 제대로 해보고 싶고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무중력지대를 기반으로 진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펼치면서 원하는 공간으로 꾸려나가면 좋겠어요.
마소 청소년이나 어르신, 유모차를 끌고 오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무중력지대 성북이 세대가 다 같이 올 수 있
는 안전한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할머니께서 데크에 앉아 계신 걸 보았는데 너무 더워 보이시는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께 들어와서 시원한 데 앉아 계시라고 하니까 "내가 들어가도 돼?" 이런 얘기를 하셔서, 오셔도 된다고 안내를 했거든요. ‘우리가 이런 부분에서 가치와 생각은 있지만 실천이 부족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로만 공유자산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액션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행사로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작은 것들부터요. 그래서 무지랑 멤버십도 이웃과 친구가 생겼잖아요. 이웃이 생겼을 때의 뜨거웠던 마음을 다시금 끌어내 관계적인 부분들에 잘 녹여내고 싶어요.
도라 “엄마, 나 집 열쇠 없는데, 갈 데가 없어.”, “그럼 무지랑으로 가.” 엄마가 아이한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잖아요? 여기는 모두가 와도 되는 곳이니까요.
① 함께 안전하게 : 일터 에 이어
② 함께 안전하게 : 코로나 일상 편으로 이어집니다.
인물사진 가정책방, 공간사진 union C
인터뷰 에린, 녹취 지수, 편집 햇님/에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