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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성북 Sep 15. 2020

함께 안전하게 : 코로나와 일상

#PEOPLE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일을 하는 도라, 마소의 소식

무소식은ㅡ

무지랑을 기점으로 사람·커뮤니티·장소 등 주체적 청년 생태계 소식을 담아냅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당연한 것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무소식 0호 티이-져 : 무중력지대 성북을 지키고 채웠던 당연한 것들



무중력지대는 청년을 구속하는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무중력지대 성북@아리랑고개(이하 무지랑)는 청년의 시민력을 키우는 사회적 마당 그리고 동료를 만나는 시민의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무지랑 사무국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도라와 마소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2020년이라고 하잖아요. 요즘은 좀 안녕하신가요?


마소 저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원래 공연보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달력을 보면서 이때쯤 느껴야될 온도와, 햇빛과, 맥주량과, 친구들과의 담소 같은 것들이 없어서 심심하긴 해요.

그만큼 책을 좀 많이 읽고 부족한 부분이 충족되는 것 같아서 그럭저럭 있어요. 슬프지 않아요.


도라 원래 저도 약속이 많아서 엄청 바빴는데, 요즘은 주말에 그냥 집에 있어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밖에 활동하러 다녔는데, 요즘은 그냥 주말에 계속 누워있다가 밤에 나가서 만 보 걷고 집에 들어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제가 챌린저스라는 돈을 걸고 습관형성하는 앱을 하는데, 거기서 만보걷기를 3주차 동안 하고 있거든요. 작은 금액이지만 돈이 걸려있으니까 억지로라도 하게 되더라고요.  저번에는 수익을 못내고 잃지만 않았는데 이번엔 수익을 노려봅니다. 1억 모으기가 목표거든요.



코로나 시대, 무지랑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도라 공간을 계속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문을 닫는 게 옳은 것인가?’ 하는 고민은 계속 있지만, 저희는 서울시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공공 공간이다 보니 서울시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제 공간을 여닫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마음 한편에 내려놓아서 스트레스는 없어요. 그리고 저희가 공간을 열기 전에 방역과 공간 운영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대비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안정화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사업은 온라인으로 하는 게 처음이잖아요. 어제 처음으로 저희가 ‘밥친’이라는 프로젝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어요.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도 준비하느라 고생했고,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어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조금 알겠더라고요. 저희의 경험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사업도 좀 안정되지 않을까요?


마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질감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반에 저희가 멤버십데이를 하면서, 오프라인과 비슷한 질감을 계속 주고싶었던 것 같아요. 서로 마주보지 않아도 서로의 옆에 없어도 있는 것 같은 질감을 주고싶었거요.

사업적으로는 어느정도 정리가 돼서 안정이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 전에 저는 팀원들 멘탈케어가 서로서로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상기술학교도 안전하게 만들어놓는다고 열심히 해놨는데 다 온라인으로 전환돼버리고, 커뮤니티 지원사업도 OT가 정말 중요한데 '할 수 있을까?' 하는 가운데 서로 도와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것이 더 많이 필요한거죠.


우리가 실질적으로 모일 수는 없지만 계속 연결은 되어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그래도 꼭 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있나요? 


도라 이용자운영위원회는 어떻게 해서든 계속 하려고 해요. 무지랑이 진짜 이용하는 청년들의 공간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들이 자율적으로 무지랑 공간과 사업을 꾸려가는 과정을 실제로 해보고 싶어요. 올해 운영위원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기 어려울 지라도, 내년을 위해 기반을 만들어놓는 작업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 시기에도 잘 버틸 수 있는 힘, 그나마 작게라도 우리가 고립되지 않았다라는 걸 알려주는 그런 일상기술학교, 커뮤니티 지원사업, 우리동네무지랑과 같은 사업들로 계속 꾸려나가고 있어요.

'우리가 실질적으로 모일 수는 없지만 계속 연결은 되어있어', '언제든지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건 해줄 수 있어' 이런 것들을 2020년에는 계속 꾸려가려고 하고 있어요.

이 공간이 물리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공간의 존재로서 청년들에게 안전한 커뮤니티와 울타리 비빌 언덕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마소 공간을 잘 정비하는 게 2020년의 목표였어요. 거실, 식탁, 일층방이라는 이름도 만들게 되고, 이층방의 정확한 컨셉도 만들어서 고정적인 장소의 안정감을 주고싶었죠. 이용함에 불편하지 않게 시설보수도 많이 해놨는데 그걸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계시는 것에 안타까움이 많이 커요. 식물도 너무 예쁘게 자라고 있는데 말이에요.


시설을 조금 더 이용할 수 있는 시간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은 왜 이러한 상황에 영리기관에게만 공간의 확장을 더 많이 떠넘기게 되는건가' 라는 회의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분명히 연결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서로의 약속을 잘지키면서 안전한 방법으로요. 우리도 그렇게 계속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모든 조건이 다 가능하다면 무지랑 공간에서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요?


도라 저는 사람들이 복작복작 머물러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행사를 좀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여기 와서 새로운 걸 경험하고 가는 행사를 좋아했죠.

그래서 진심 반 농담 반인데, 여기서 페스티벌 하고싶어요. 이 공간에서 얘기도 하고 밥도 해먹고, 데크에서 기타치며 혼자 놀고, 강아지랑 산책나왔다 앉아있다 가고. 여기서 모임하고, 길에서 바투카타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영화도 보고, 공간에 사람이 채워져서 이야기들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죠.

소박하죠. 이제는 너무 원대해졌지만.


마소 작년부터 멤버십들 다 데리고 체육대회, 운동회하자, 캠프하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저는 이번년도에 이 공간에서 캠프도 하고, 밥도 만들어먹고, 데크에서 삼겹살 구워먹자, 막걸리 먹고, 겨울을 위해서 한 포기 보쌈 해가지고 김장하자, 그런 얘기를 했어요.

만약에 진짜 (코로나19 상황이) 해결된다면, 이 앞에 초등학교에서 멤버십들 불러서 다 같이 체육대회나 캠프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멤버십 가입되어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와서 같이 애기하고, 나랑 다른 사람도 많이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MC 볼 거예요. 문명특급 애청자로서 재재의 애티튜드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 (웃음)


소박하죠. 이제는 너무 원대해졌지만.


살면서 꿈이라고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지랑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나요?


마소 (무지랑에서) 일하다가 서로 헤어지고 다시 만날 때 언제든지 만나도 반가운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고. 일이 끝나고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계속 만날 수 있는 동료가 저의 1순위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일이 끝나면 삭발하고 반년의 시간동안 해외의 물가 있는 곳에서 살 거예요. 진짜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향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동료들도 재미있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계속 좋은 동료로 남아있었으면 좋겠고요.


도라 저는 지방에 내려가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주변에 같이 살면서 공간을 하나 운영하며 살아가는 게 꿈이에요. 저는 지금 제가 하는 일들이 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들이 이후에 살아갈 모습을 계속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주변의 친구들도 삼선동에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공동주택 만들고 하는데 옆에서 친구들 지켜 보면서 나도 공동주택을 어떻게 만들면 되는지, 친구들이랑 어떻게 그렇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해요.

1억 모아가지고 같이 살 거예요, 마을에서요.




인물사진 가정책방, 공간사진 union C

인터뷰 에린, 녹취 지수, 편집 햇님/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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