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싫어서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by 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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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왔다.

혼자 온 여행이라 이 갑작스런 소식이 영 싫지는 않았다.

비 핑계를 대고 오전 10시 반, 느즈막히 호텔을 나왔다.


안개까지 껴 가뜩이나 이질적인 이 이국적인 도시가 마치 도깨비마을 같았다.

우유를 하나 사서 마시며, 비가 올듯 말듯 장난을 치는 도깨비와 알듯말듯한 신경전을 했다.


내가 비가 오는것에 괘념치 않자,

도깨비가 물었다.

"왜 혼자 여행을 온거야?"


나는 한참을 생각하지 않고 답했다.

"혼자 있기 싫어서."


도깨비가 덧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인연이 스쳐지나갔고 참 많은 고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또는 해결된 채 흘러갔다.

영원을 바라는 사람들은 슬픈 순간이 없었던 걸까.

난 영원을 갖기에 슬프고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만약 그럴리는 없겠지만 저 도깨비가 나한테 영원의 시간을 준다고 하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혼자 있기 싫어서 혼자만의 여행을 오는 나는 도깨비만큼이나 제멋대로다.







내가 가장 상처받았던 말들은 늘 내 가장 가까운, 곁을 지켜줬둰 이들에게 들었고

가장 가슴을 후벼파는 눈빛도 내가 너무 아껴 마지않던 사람들에게 받았다.



한동안은 가장 힘든 시기에 “넌 너가 세상에서 가장 슬프길 바라는 사람같아.”라는 말을 듣고 헤어나오지 못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한동안, 아니 꽤 오랜 기간동안 슬픈 이야기를 고민을 누구에게도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주위를 보니 사람들은 정말로 슬픔을 나누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고있었다. 나뿐이 아니라.


슬픔을 이야기할 친구도 없다니!


나의 첫 번째 홀로여행은 그 쌓아뒀던 슬픔들을 버리기 위해 시작 됐었다. 덜어내지 못한 감정은 먼 이국 땅에, 낯선 도시에 놓고왔다.



슬픔을 떠안은채로 혼자 있기 싫어서

슬픔을 버리는 혼자만의 여행을 온다고 하면 더 정확하려나.





너무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혼자 여행의 시작을 했었다면, 기쁠 때마다 여행을 가고 싶어졌을까?


나는 너무 힘든 날 첫 시작을 해버렸기에 앞으로도 슬픔을 덜어내기 위해 여행을 다닐 것 같다.

슬픈 날, 더없이 울고싶은 날 떠난 여행이 시작이 된 내게는 혼자여행은 이제 슬픔을 나눠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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