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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Feb 10. 2021

나 코로나 뚫고 공항으로 간다 !

청개구리는 나약하다.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는 또 한 번 공항으로 향했다. 



막상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 상황은 별 무리 없이 착착 진행되었지만,

늙어가는 내 몸뚱이만은 그러지 못했다. 


출국날이 다가올수록 머리가 아파왔고, 먹는 족족 체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운명은 날 한국에서 내쫓기 위함이었는지 긴 마대자루로 휙휙 날 쓸어 넘기려 했다.  

나는 마대자루 틈새로 어떻게는 쓸어 담기지 않으려 분투했다. 


출국 전 코로나 검사를 마지막으로 거의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나는 실은 차라리 코로나에 걸렸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지역사회에 호되게 야단은 맞겠지만 한국에서 쫓겨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어쩌다 내 의식의 흐름이 스스로 한국을 떠나겠다고 했으면서도 되려 쫓겨난다고 뒤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가기 싫었나 보다. 




그래도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나는 양 보따리 가득 들고 공항으로 또 향하고 있었다. 


인천공항은 매우 한산했다. 

떠나려는 자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더 이상 젊음의 패기가 없어 눈물만 많아진 내가 있었다. 




여행도 숱하게 많이 다녔고, 1년 이상씩 머물러야 하는 외국생활도 충분히 많이 해본 내가 

처음으로 눈물을 한 아름 안고 공항에 머물렀다. 


늘 씩씩하게 출국 게이트로 향하던 나였는데... 

오늘은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나약해지는 걸까.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참가자들을 보면 특히나 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가수가 되겠다고 나오는 이들은 대게 젊은이들이겠다마는, 시대가 갈수록 점점 더 어려지는 연령대에 젊은 늙은이들은 그 위치가 애매해진다.  

사람들은 여덟 살 어린이가 겁도 없이 큰 무대에서 노래 부름에 환호한다. 

어떻게 저렇게 떨지도 않고 노래한대? 어린애가 참 당차! 칭찬에 칭찬이 덧붙는다. 

또 사람들은 애매한 젊은이들의 떨림에 안타까워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대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까닭일까. 

그들은 그 모든 기대를 안고 무대에 올라선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 덜덜 떠나보다. 

눈만 깜빡여도 두 눈 가득 눈물 고이나보다. 



나는 글을 쓸 때는 제법 어른인 척을 하는 편인데, 그래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는 눈물을 잠시 멈추었다. 그러나 이 펜을 놓을 때면, 한국이 아닌 이국에서 발 디딜 때면,  다시 눈물 쏙쏙 뽑아내는 세상이라는 무대로 나가야 한다. 



나한테 기대하지 마! 

나는 아직 서있다는 것만으로 박수갈채받고 싶은 철부지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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