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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Aug 24. 2021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self-quarantine

2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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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의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14박 15일의 긴 여정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일부러 밤비행기로 도착편을 선택했다. 




공항 출국장에서 부모님과 또 한차례 눈물의 이별을 했다. 

자식이 부모품을 떠날 때마다  심장에 비수를 꽂는거라면, 나는 우리 부모님의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채기를 낸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나의 방종의 대가를 깨달아 간다. 


 



비행기의 익숙한 웅웅 거림이 심장을 기분좋게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떨림을 만들었다. 

나는 아이처럼 울고싶었다. 


일순 열 다섯, 처음으로 비행기에 홀로 올라탔을 때가 생각났다. 

보기드물게 씩씩한 나와 그 옆, 더 대비되도록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소녀감성 우리 엄마.

항공사 지상직 직원은 나에게 미성년자 가이드가 필요한지 물었고, 나는 부모의 타들어가는 속도 모른채 해맑게 혼자 해낼 수 있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 때 씩씩하지 말걸. 

그 때 아이처럼 울었다면 지금은 되려 씩씩해지지 않았을까. 

왜 나는 영화배우도 주인공도 아닌데 거꾸로 가는 시계를 가지게 된걸까. 


엄마의 나이가 되면 엄마처럼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하는 소녀가 될까봐 

나는 그게 너무 무섭다. 




제 선택도 홀로 책임지지 못하는 어리석음 가득 머금은 세 시간여의 눈물비행을 마친후 

그리하여 드디어 대만에 도착했다.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모든 수속을 밟고 방역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방에 도착해서 처음 찍어본 사진. 

뭐든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지만, 일생 살며 절대 시도해보고 싶지 않던 새로운 경험


인간에게 15일의 자유를 빼앗는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책임인지 역행인지 모를 이 괴이한 경험.

타인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나의 자유를 포기하는 매우 이타적인 희생.

법을 저촉하지 않고도 권리를 강탈당해보는 semi- (a bit of luxury) 감옥 체험. 


심지어 내돈내산 premium 




자가격리에 대해 꿍시렁대며 잠든 것과는 달리 처음 먹은 어제의 남겨둔 저녁밥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차가운 밥에서 느껴지는 그래도 짙은 풍미의 외국 향이 어제의 눈물비행을 날려주었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14일의 시간. 


글쓰며 생각하며 잘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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