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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Dec 28. 2021

대만생활_ 상인수산, 닝샤야시장, 圓環邊蚵仔煎, 두끼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5

" 일상으로의 회귀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5


上引水產(상인수산), 滿客牛肉麵(만커우육면), 圓環邊蚵仔煎(위엔환비엔_닝샤야시장), 兩餐(두끼)




이제 어느 정도 대만에서의 생활이 일상처럼 평범하게 느껴진다. 길가의 오토바이 소음과 지나가는 쓰레기차 소리. 편의점 문 여는 소리와 차 예단 냄새.  문밖을 나서면 훅하고 엄습하는 혹독한 습기. 


퇴근해서 어딘가를 여행한다는 기분보다는 워라벨 속의 라이프를 즐기는 기분이 된 것이다. 그래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쉬는 날도 번번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어딘가를 갔어도 사진을 남기지 않는 경우도 번번이 생겨났다.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아서이겠지… 


로니의 친구가 잠깐 집에 들러 케이크를 주고 갔다. 여자 친구와 베이킹 클래스에서 만든 것인데, 본인은 단 것을 싫어한다고 현관문 앞에 살포시- 놓고 가버렸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웠다. 

저 친구는 엄밀히 따지면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말주변이 넘쳐나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어여쁜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었을까 궁금했었는데, 수줍게 케이크를 놓고 가는 그 모습을 보니 모든 게 단번에 이해가 갔다. 


역시 사람의 매력은 단지 얼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上引水產 #상인수산




저녁에 상인수산에 갔다.

말로만 들어봤지 가본 적은 처음이었다. 서서갈비처럼 서서 먹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킹크랩과 굴, 각종 회 등 여러 가지 메뉴를 시켰다.

얼마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십만 원가량이 나왔다.

사실 다시 가라고 하면 난 안 갈 것 같다.

굳이 시끄럽고 시장통 같은 분위기에서 비싼 돈 내고 서서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

시장통 같은 분위기 좋아하는데, 차라리 그럴 거면 포장마차처럼 완전히 허름했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고 그저 깔끔한 시장 같은 이곳은 내게는 매력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 滿客牛肉麵 #만커우육면 #타이베이우육면




멀리까지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 귀찮은 날, 미니 언니랑 대충 우육면을 먹고 때우기로 했다. 그동안 항상 만찬을 먹었던지라, 우육면을 먹는 게 우리에겐 매우 가벼운 삼각김밥으로 식사 대체하기 느낌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렇게나 찾아간 곳인데도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이 얼큰했다. 역시 유명 맛집보다 이런 곳이 더 맛있을 때도 있다. 만두도 또한 맛있었다. 

한국 만두는 왜 이맛이 안 날까…! 

비비고 군만두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촉촉하고 쫀득한 물만두가 한국에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寧夏夜市 #닝샤야시장 #대만야시장



#圓環邊蚵仔煎 #위엔환비엔 #으아젠



언어교환에서 알게 된 친구랑 처음으로 만나기로 했다. 이름은 웬디. 

대만 사람들은 영어 이름을 많이 사용한다. 왜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대만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아마 이민을 많이 가서 일까? 


웬디와는 중산 역에서 만났다. 평일 저녁 6시. 중산 역에 나오니 데이트하려는 커플이 이곳저곳 보였다. 확실히 시먼에서의 풍경보다는 사람들도 가게들도 세련됐다. 한껏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중산 역 거리를 바쁘게 오갔다. 퇴근 후 추레하게 차려입은 내 옷차림이 처음으로 살짝 부끄러웠다. 대만에서 한 번도 부끄러운 적이 없었는데, 역시 중산 역은 젊음의 느낌이 가득하다. 


웬디랑 중산의 예쁜 음식점이나 카페에 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우리가 향한 곳은 예상외의 장소였다. (대만 생활이 꽤 지난 후에는 이것이 예상외가 아니라 예상 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웬디는 나에게 야시장에 가자고 말했다. 

사실 여행으로만 대만에 와본 나에게 야시장은 저녁을 먹은 후 간식거리를 먹으러 정말로 야심한 시간에 방문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대만 사람들에게 야시장은 저녁 5시부터 시작되는 음식점의 한 곳이라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물론 야식 먹는 곳으로도 이용되지만)


중산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에 있는 닝샤 야시장에 방문했다. 닝샤 야시장은 먹거리로 조금 더 특화되어 있다. 우리는 걸어 다니며 탕후루, 소시지, 쌀 소시지, 취두부 등을 먹은 후 친구가 유명하다며 데려간 圓環邊蚵仔煎 란곳에서 마지막 마무리를 지었다. 

으아젠이랑 갈비탕 같은 것을 파는 곳 같았는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서 있었다. 친구는 여기가 가장 맛있다며 조금만 기다리고 먹자고 말했다. 


굴전이 뭐 다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굴은 싱싱한 것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왕이면 유명한 맛집에서 굴전을 먹는 편이 좋다. 금방금방 팔리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할 거라는 이상한 믿음 때문에..





타이베이의 밤거리.

사람보다 오토바이가 우선이다. 하하...





로니가 이제 정말로 며칠 뒤에 출국을 한다. 일주일도 안 남았다. 

마지막으로 타이중 주말여행을 다녀온 뒤로, 짐 싸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서 로니가 살고 있는 집에 놀러 갔다. 네이후에 위치한 복층 오피스텔이었다. 너 이 녀석... 진짜 잘 사는군.


이것저것 짐 싸는 것을 도와주고, 쓰레기 버리는 것도 도와준 후, 로니가 당분간 쓸 계획이 없는 잡동사니들도 조금 빌리기로 했다. 청소기랑 제습기 같은 것들 말이다. 

로니는 사진에 있는 바퀴벌레 인형도 함께 빌려주겠다며 가져가라고 했다. 


어디서 저런 걸 얻었는지...

더듬이랑 이것저것 너무 진짜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살면서 바퀴벌레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







요즘 내가 꽂힌 우리 집 앞 조식당 샌드위치이다. 저게 30원이다. 

한국돈으로 하면 1200원 정도...

어마어마한 가격에 빠져들었고, 어마어마한 맛에 빠져들었다. 

빵도 너무 쫀득쫀득하고 맛있다. 한국보다 대만 홍루이젠이 더 맛있는 것처럼 뭔가 알 수 없지만 대만 빵이 훨씬 더 맛있다. 종류가 10개는 족히 되는 것 같은데 이제 거의 모든 맛을 다 먹어간다. 주인아주머니는 내가 외국인인 것과 선택 장애는 것을 둘 다 알고 계셔서 내가 그 앞에 서있으면 이제는 알아서 할 일을 하신다. 맨 처음 갔을 때는 너무 과한 친절로 나를 예쁜 눈으로 쳐다봐주시고... 내 눈길이 향하는 곳마다 일일이 무슨 맛인지 설명을 해주어서 내가 먹고 싶은 샌드위치를 고르는 일에 오히려 집중하지 못하고 진땀을 뺐었다. 이제는 애써 나를 못 본 척해주시며 기다려주신다. 샌드위치를 집자마자 얼만지 알려주시는 걸 보면 아직까지 슬쩍슬쩍 보시는 것 같지만 말이다...




#兩餐 #두끼



미니언니는 대만음식이 아직 입에 잘 안 맞아서 시먼에 있는 두 끼 떡볶이에 왔다. 솔직히 대만에 있는 한국음식점들 다 맛없어서 두끼도 웬 이상한 고추장 대충 넣은 떡볶이 맛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이랑 맛이 똑같았다. 

대만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고기추가도 할 수 있었다. 

우리 빼고 다들 고기추가를 해서 먹고 있었다. 마치 샤부샤부처럼… 떡볶이는 졸여야 맛있는 건데 저 친구들은 떡볶이 탕을 만들어서 소고기를 휘휘 휘젓고 있었다. 

아니라고 이친구들아..!! 그거 아니라고!!!! 


각자 입맛에 길들여진 취향이 다 있는 법이니까 못 본 척하고 넘어갔다. 빈센조에서 이탈리아인들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아메리카노를 만들면 길길이 날뛴다던데, 이런 기분이겠지? 


문화가 다르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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